경제 복합위기, 수출 동력마저 잃어선 안 된다[동아시론/정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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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속 ‘자이언트스텝’,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무역적자 악화는 경제위기 불쏘시개 역할 해
환율 안정, 중기 지원 통해 수출경쟁력 높여야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격변의 시대다.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지난 2, 3년 사이에 일어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경제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통상질서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 무역자유화, 국제적 분업화 등 선순환 구조로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의 동시 발생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보호무역주의의 전 세계 확산, 미중 간 경제분리(디커플링)와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그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년도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2%포인트와 1.5%포인트나 낮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공급 측면의 교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러시아 침공은 공급망을 왜곡시키고 투자 및 무역 등에 대한 경제심리를 악화시켰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으로 내년과 내후년의 세계경제 성장률도 금년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금리 인상은 가계 빚 부담을 늘리게 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미국은 6월과 7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의 한국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공급망 교란, 원화의 가파른 평가절하, 물가 인상, 금리 역전 등 각종 경제위기 신호가 겹치면서 ‘퍼펙트 스톰’ 불안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분간 경제가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면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 국방부, 농림부 등 다른 부처도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미 무역수지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6월까지 3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러시아 전쟁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원유 가스 석탄 곡물 등 주요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고공행진을 한 탓이 크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고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 악화로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내수 진작마저 쉽지 않다. 위기 상황 때 수출동력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는데 상황이 간단치 않다. 무역수지 적자가 악화되면 경제위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대중국 무역이 특히 위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350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으나 중국 수출은 6.9% 증가에 그쳤다. 총수출 중 중국 비중이 23.2%로, 전년의 25.1%보다 2%포인트가량 낮아진 반면, 미국은 15.7%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올랐고 수출 증가율은 18.2%로 대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국제통상환경의 영향 외에 중국의 장기 제로코로나 봉쇄와 2분기 낮은 경제성장률(0.4%)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과거보다 힘을 받지 못한 이유가 크다. 수출 다변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교역 상대국으로서의 중요성이 여전히 높다. 중국의 산업정책과 국제통상환경 변화에 맞춰 상호협력적인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교통상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우리 기업의 최대 수출 애로점은 원재료 가격 인상, 물류비 상승과 환율변동성 확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전 산업 평균 생산비용을 2.9% 높여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수출지원 대책 차원에서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한다. 2년 이상에 걸친 팬데믹과 글로벌 봉쇄로 경영난이 심화된 데다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수출기업 글로벌화 자금을 확대 공급해야 한다.

가파르게 오른 물류비도 수출기업에 부담이 크지만, 중소기업의 물류 애로도 완화시켜 줘야 한다. 최근 무역금융을 40조 원 늘려 301조3000억 원으로 확대했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해외 전시회 참여 지원, 디지털 광고 제작, 글로벌 전자상거래 입점 지원, 디지털 마케팅 지원, 비축물자의 탄력적 운용 등 다양한 수출 지원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경제#복합위기#수출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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