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더 깊어진 양극화… 후유증 회복에도 머리 맞대야[광화문에서/박선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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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산업2부 차장
박선희 산업2부 차장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도심 웬만한 백반 집은 점심 피크 시간에도 사람이 없었다. 반면 고급 한우집이나 호텔 레스토랑은 이례적인 특수를 누렸다. 모처럼 하는 외식이니 이왕이면 좋고 비싼 것 먹겠다는 보복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별도 룸을 갖추고 있거나 방역 관리에서 더 믿을 만한 고급 식당을 선호한 이도 많았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는 산업적으로도 나타났다.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때 섬유산업은 공장이 멈춰 설 정도로 타격을 받았지만, 명품만은 불티나게 팔렸다. ‘샤넬런’ ‘오픈런’이 백화점에서는 일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최근 2년여간 명품업체 매출은 유독 고공행진했다. 루이뷔통과 디올은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른 기현상이었다.

코로나19가 낳은 현상 중 하나는 이런 양극화였다. 되는 집만 되고, 좋은 것만 더 좋아졌다. 자영업자나 일부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나마 평준화돼 있던 직장인들의 삶도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코로나19 전후로 처우가 많이 갈렸다.

비대면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성장의 수혜는 일부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에 집중됐다. 고만고만했던 월급쟁이들의 연봉과 근무 여건 격차가 심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평균은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절반(49.4%)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해도 우리가 훨씬 높은 편이다.

소위 급여나 복지가 좋은 직장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유연근무나 탄력근무 문화가 급속히 자리 잡았다. 일부 기업은 엔데믹 시대 재택근무가 끝날까 동요하는 인재들을 잡기 위해 아예 워케이션(Work+Vacation·휴양지 근무)까지 허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여건에서 일해야 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팬데믹이라는 집단적 상처를 공유하고 있지만, 최근 2년여간 경험의 편차는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사회·경제·문화 모든 기반에서 서로 공감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양극화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불행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제 불능의 상황에서 학습된 무기력과 좌절감을 더 악화시킨다. 사회적으로도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념·진영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극심한 양극화의 상처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2년여 깊고 강력했던 ‘팬데믹 자기장’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새봄을 마주하는 중이다. 거리마다 인파와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이 나타나는 건 어쩌면 지금부터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역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시급한 과제에 모든 정책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유무형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코로나19#양극화#후유증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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