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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일관계 개선, 섣부르고 과도한 기대는 금물[동아시론/진창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입력 2022-04-26 03:00업데이트 2022-04-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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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혐한으로 ‘국익 전략외교’ 약화된 韓日
정책협의단, 실질적 협의진행만으로 의미 커
국제관계 속 협력 진전이 관계 개선 지름길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한일관계는 ‘시시포스의 신화’에 비유된다. 시시포스가 산 정상까지 바위를 밀고 가지만, 그 바위는 정상에서 다시 굴러떨어지고 만다. 시시포스는 다시 밀고 올라가는 행위를 반복한다. 한일 양국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몇 번의 합의를 했지만, 화해의 길은 멀기만 하다.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도리어 대일 정책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거나 남북한 문제에 대일 정책을 종속시켜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 문 정부가 집권 후반에는 일본과의 대화를 시도했건만, 실질적 대화는커녕 일본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권들의 대일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일관계 개선을 서두르다가 국내적 합의를 무시해 역풍을 맞은 박근혜 전 대통령, ‘털끝만치도 반성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한국으로부터 반발을 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피해자와의 소통을 경시한 문 대통령, 한국과 정상회담조차 거부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일 정상들의 정책 실패는 결국 반일과 혐한으로 한일 대립을 부추겨 ‘국익을 위한 전략외교’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우선 실질적 대화 재개를 위한 한일 정상의 만남이 성사되어야 한다. 한일관계 복원에 대한 양국 정상들의 의지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다음 한일 양국은 행동 대 행동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은 식민지 시대의 피해자 대책을 마련하면서 일본은 그에 상응한 상징적 조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당선인은 미국에 이어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재의 한일 양국은 국내 정치를 이용하는 ‘나쁜 학습효과’로 인해 대화조차 쉽지 않다. 그런 만큼 한일정책협의단이 일본에 대한 요구를 관철시켜 성과를 내는 것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한일 양국이 실질적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는 크다.

아직도 한일 양국 내에서는 국내외 환경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먼저 양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처해 있는 정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7월 참의원 선거의 승패로 기시다 정권의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한일정책협의단의 파견으로 기시다 총리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주기를 기대한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식에 참석하면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가 참석을 하는 조건으로 ‘1965년 한일기본조약 준수를 전제로 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장’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일정책협의단이 성과를 우선시해 일본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윤 정부는 처음부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른 상황을 만들고자 하면 한일관계에서는 반드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근혜-아베 정부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 가면서 윤 정부도 신중하고 천천히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도 당장 한국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제안’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일본 정치권은 강제징용 문제를 윤 당선인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다면 한일 갈등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과거사 문제의 해결은 일본의 협력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 내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한국 정부에 있어서 과거사 문제는 결국 한국이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느냐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대일 강경 시민단체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서두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 환경이다.

앞으로 윤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의 방법론으로 제시하고 있는 포괄적 해결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도덕적 우위의 관점에서 화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해묵은 과거사의 늪에 빠져 현재 국익의 손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관계의 대응에서도 한일 양국의 전략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 대북 문제와 중국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전략 차이는 윤 대통령의 탄생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국제관계 속에서 한일 협력을 진전시키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한일관계 개선의 지름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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