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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날로 커지는 ‘부채 폭탄’, 연착륙 방안 시급하다[동아시론/양준모]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2-04-23 03:00업데이트 2022-04-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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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부채비율 271% ‘부채 공화국’
물가상승-금리급등으로 총체적 경제위기
외환 수급 관리 등 종합대책 마련해야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가 자금순환표 기준 2021년 5477조4000억 원으로 2017년 4089조7000억 원 대비 1387조7000억 원 증가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의 비율은 271%이다. 언제 금융위기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수준이다.

지난 5년 동안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빚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다. 국가채무는 2017년 660조2000억 원에서 2021년 965조3000억 원으로 4년간 305조1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의 증가분은 221조7000억 원으로 국가채무의 증가분보다도 적다.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잠재 경제성장률은 불과 2.3%로 박근혜 정부보다 23% 하락했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떨어졌다. 빚은 빚대로 지고 경제 성장은 정체된 상황에서 돈을 풀다 보니 물가상승률이 4%대로 치솟으면서 경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2021년 말 1862조1000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분기(4∼6월) 1387조7000억 원에서 474조4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수준과 증가 속도가 모두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규제를 강화했다. 풍선효과로 가격이 폭등하자 불안해진 사람들은 빚을 내 부동산을 구매했다. 집을 산 국민은 빚더미에 내던져졌고, 집 없는 국민은 벼락 거지가 됐다. 대책 없는 대출 규제로 문제는 더 악화됐다. 부동산 규제로 일부 차주들은 은행에서 비은행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옮겼고, 부동산 관련 그림자 금융의 규모도 증가했다.

물가 상승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채 공화국’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가채무와 재정지출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부도 이전에 물가 상승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가 더 올라가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자 부담도 증가한다. 물가 상승기에는 기준금리를 낮춘다고 돈을 풀어도 시장금리를 낮출 수 없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한다. 국채금리 급등으로 한국은행이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관련 대출이 증가하는 과정에서는 내생적으로 통화 공급이 증가하면서 금융시장이 버텼다. 가계와 정부가 서로 빚을 내면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됐다. 금리 상승기에는 이러한 기제가 반대로 작동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미국 국채시장의 금리 상승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 이후 해외 자금이 국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외환 수급을 안정시키고 국채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 경로도 이제 기대할 수 없다. 해외 자금 유출로 국채가격 급락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을 확대하고 공급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도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재정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 선심성 정책으로 성장 동력은 상실됐고, 고물가, 고금리, 그리고 고환율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새 정부로 미뤄 버렸다. 지난달 2020년 4월 이후 코로나19 금융지원 누적 금액 291조 원에 대한 추가적인 만기 연장을 실시했다. 9월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중 부실화된 지원이 나타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우선 과제는 선제적 물가 안정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증가하는 것을 막고, 임금 투쟁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방지해야만 성장 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 금융기관들이 차주들의 상황을 평가해 부실 징후가 있는 대출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 상환 조건 조정 등의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인수할 수 있는 관리기구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외환 수급 관리도 필요하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여 에너지 공급에서 가스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외국인 자금 탈출을 막기 위해 국가신인도를 제고하고, 재정지출의 구조조정을 실시해 재정 건전화 노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물가 상승 기조가 향후 지속된다면 빚은 재앙으로 다가온다. 새 정부의 과제는 단순하지 않다.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재정, 금융, 외환 및 자산 시장의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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