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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창덕]새 정부 ‘1호 규제완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22-04-16 03:00업데이트 2022-04-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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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1부 차장
전쟁에서 이기려면 기본적인 전력, 전략과 전술, 자본 등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여기서 절대 빠뜨려선 안 되는 게 있다. ‘사기(士氣)’다. 사기가 높으면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사기가 저하되면 상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사기는 매우 중요하다. 사기는 밖에서 사서 직접 넣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절한 외부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 스스로 자신감을 채우게 되고, 비로소 사기가 높아지는 거라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실적을 거두며 선방한 기업들이 많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으니 사기가 올랐을 거라 여길 법하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기업들의 사기는 바닥권이라고 한다. 왜일까.

본보는 지난달 보도한 ‘2022년 기업 인식 조사’를 준비하면서 국내 30대 기업을 대상으로도 별도의 설문을 했다. 기업 스스로 판단하기에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떨지에 관해서였다.

일반 국민들 중에는 기업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비중이 비호감의 2배가 넘었다. 그런데 기업 스스로는 국민 시선이 부정적이란 답변이 긍정적의 1.5배나 됐다. 현실보다 스스로를 더 나쁘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30대 기업의 한 임원은 “오랫동안 적폐 대상으로 몰리다 보니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설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의 임원은 “재벌이니, 개혁이니 하는 뉴스를 매번 접하다 보면 꼭 우리 얘기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사기 저하에는 이런 ‘피해 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원유 가격 급등, 환율 불안, 물류 대란,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같은 난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때 찰나의 머뭇거림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한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기업들이 활력을 찾게 해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부터 기업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과 행보가 나오고 있다. 신발 속 돌멩이를 빼주고 모래주머니를 걷어내겠다는 약속에 기업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

한 경제단체 수장은 지난달 윤 당선인을 만난 후 “당선인이 (기업 활동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정을 잘 알고 있더라. 해결 방안도 진취적이라고 느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았다. 첫 규제 완화 대상도 재계에서는 관심사다. 윤 당선인이 총 대신 전쟁을 치르는 무기라고 언급한 반도체 산업이 첫 대상이 될 수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데이터 산업이 혜택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시기다. ‘국가대표’라는 수사를 붙여준 것만으로는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들의 사기를 되살리긴 어렵다. 너무 늦지 않은 ‘1호 규제완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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