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끝내 ‘괴물 ICBM’ 도발한 北, 5년 전과는 다른 응징 각오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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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혹은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고각(高角) 발사된 이 미사일은 고도 6200km까지 솟아 1080km를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화성-17형이고 정상 발사됐다면 미국 전역을 위협할 ‘괴물 ICBM’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를 강력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도 규탄 입장을 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국제사회가 경고해온 레드라인(금지선)을 끝내 넘어 5년 전 ‘분노와 화염’ 시기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정권교체기와 세계적인 신냉전 대결의 시기를 노렸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마지막 뺨’을 때리면서 윤석열 새 정부에도 호락호락하지 않겠다는 기선 제압용 경고를 날렸다.

북한의 도발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올해만 미사일을 12차례 발사하고, 정찰위성으로 위장한 ICBM 성능시험을 두 차례 감행한 북한이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단지의 재건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조만간 핵실험도 재개할 태세다. 군사력 과시나 간 보기 차원에서 이뤄졌던 기존 무력시위와는 완전히 다른 정면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5년 전처럼 극한 대결국면 이후 극적인 협상국면으로 전환해 뭔가 보상을 얻겠다는 계산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김정은이 상대하려는 윤 당선인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년 전의 한미 정상과는 다르다. 유엔 제재와 함께 말폭탄만 오가다 협상으로 전환한 그때와 달리 북한의 불법 망동을 좌시하지도, 보상책으로 달래지도 않을 것이다. 과거의 낡은 각본을 되풀이했다가는 북한은 고립과 봉쇄 속에 고사되는 결말을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ICBM 도발로 지난 5년의 평화 집착이 실패로 끝났음을 자인하고, 윤 당선인 및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대북 보복 능력을 과시하는 화력훈련은 물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같은 동맹 차원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와의 공조에도 적극 나서 북한이 도발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빠져나갈 빈틈이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북한#대륙간탄도미사일#icbm#모라토리엄 파기#도발#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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