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세계의 눈/주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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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러시아 전차들이 레닌그라드 지역에서 실시 중인 군사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레닌그라드=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러시아 전차들이 레닌그라드 지역에서 실시 중인 군사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레닌그라드=AP 뉴시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면서 일촉즉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전쟁이 임박해서일까, 독일 총리는 미국을 방문했고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국방장관은 모스크바를 찾았다. 12일 하루 동안 미-러 양국 대통령과 외교·국방장관이 연이어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어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이처럼 밀도 있는 대화가 진행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러시아가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소식은 모두 미 백악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12월부터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 철수를 시작했고, 미국 국민들도 대피하도록 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소문은 미국의 의도적 긴장 조성이라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또한 “위험은 없다”며 국민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까.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군사 공격을 감행한다면 그 규모와 상관없이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위험한 대립과 그에 따른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세계 리더’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전면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될 것이다.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 병합에 그치지 않고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를 완전히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역내 불안감이 증폭해 다른 동유럽 국가들은 미군 주둔 규모를 확대할 것이고, 이는 다시 러시아의 불안감을 자극하게 되면서 미-러 양국이 모두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미 바닥을 찍은 유럽 경제는 설상가상이 된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러시아와 독일이 공동으로 건설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즉시 중단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유럽이 처한 에너지 위기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제재할 경우 세계 공급망에 충격을 주게 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회복과 부흥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증시는 요동치고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적 군사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기만 하더라도 세계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동의 시리아에서 미-러 양국의 대립이 다시 격화할 것이 뻔하고, 이란 비핵화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도 멈출 것이다.

동아시아 정세도 요동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화해 프로세스에도 결코 호재가 아니다. 미-러 대결 심화로 초래된 신냉전은 한반도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번영과 안정도 좌절시킬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 남북 화해와 평화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중국에 유리할 것이 없다.

미국이 전략적 경쟁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대중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4일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새 시대 국제관계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러의 전략적 협력은 더 강화됐다.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을 중단하고, 미군의 동유럽 국가 주둔을 멈춰 러시아 안보정책을 존중해 달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행동에 옮기는 것을 지지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도 역시 심각한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 외교를 다시 현실주의 궤도로 되돌릴 용기를 내야 한다.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존중하며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약속해야 한다. 미국이 오늘날 유일한 패권국이라면 국제사회의 번영과 협력, 평화의 공동 이익을 위해 유럽 정치에 대한 개입을 적정한 수준에서 멈추고, 강대국 경쟁의 합리적인 선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피하고 해소하는 길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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