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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위를 올려다보며 생각한 것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입력 2022-01-28 03:00업데이트 2022-01-2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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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지금부터 7년 전 일이다. 외국 여행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귀국했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며칠을 보내고 난 후 병실에서 한 달을 보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씀이 기억난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 후 “조금만”이라는 말이 나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 조금만이란 물리적 시간은 과연 얼마의 시간이었을까?

병원에서 새벽에 깨면 창문을 지나가는 달의 경로를 종이에 기록하며 회복의 시간을 기다렸다. 무엇보다도 어둠을 밝히는 도시의 따듯한 불빛이 그리웠다. 그 불빛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곤 했다. ‘살아서 나간다면’이라는 전제는 있었지만. 그 다짐의 무게중심엔 ‘조금만의 시간’이 자리했다.

지난 19일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에서 지구를 지나가는 소행성 1994pc1(7482)을 관측했다. 지구에서 193만 km 떨어진 거리를 지나가는 소행성이었다. 그 소행성은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약 5배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우주 공간에는 지구의 공전궤도와 교차하는 혜성과 소행성이 수백만 개나 존재한다. 이는 지구가 언제 어느 때라도 은하계를 여행하는 소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6500만 년 전에 멕시코 유카탄반도와 소행성의 충돌이 있었다. 이때 만들어진 재구름이 태양을 가려 광합성을 하지 못한 식물이 서서히 죽어갔고, 공룡을 비롯해 지구상의 생명체 90%가 멸종했다. 1908년에는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에 지름 50∼60m의 소행성이 공중에서 폭발해 2150km²의 숲이 파괴됐고, 2013년에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 20m 운석이 공중에서 폭발해 수천 명이 다쳤다.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다는 것은 지구가 우주에 열려 있는 이상 언제 어느 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소행성의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프로젝트다.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이 발견될 경우 우주선을 의도적으로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것을 시험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2021년 11월 24일 DART 우주선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을 타고 발사됐는데, 2022년 9월 말 지구에서 1100만 km 떨어져 있는 디디모스의 위성과 충돌했을 때 소행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 시험할 예정이다. 제때에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병원에 있으면서, 나가면 꼭 해야지 했던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신발을 신고 한강을 산책하는 일과 일요일 아침 막걸리 한 잔을 앞에 놓고 소머리국밥을 먹는 것이었다. 요즘은 소머리국밥에서 간짜장으로 바뀌었지만. 소행성이 언제 지구를 공격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든지 내가 병원에서 다짐했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에겐 낭비할 ‘조금만의 시간’도 없다는 것을. 지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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