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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코끼리가 수다쟁이라고?[서광원의 자연과 삶]〈49〉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입력 2022-01-27 03:00업데이트 202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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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코끼리, 하면 떠오르는 건 덩치다. 가까이에서 보면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거대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단박에 든다. 보통 3∼5t, 큰 녀석들은 7t까지 나가니 그럴 만하다. 더구나 이런 덩치에도 조용하니 과묵 그 자체다. 존재감이 확실하니 굳이 소리 낼 필요가 없는 걸까?

세상은 보이는 것과 다를 때가 많다. 사실은 무척 말이 많기 때문이다. ‘수다’라고 표현하는 연구자들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동물원을 아무리 안방처럼 드나들고, 자연에서 코끼리를 24시간 관찰해도 수다를 떠는 코끼리를 볼 수 없는데 왜 그럴까? 이유가 있다. 이들의 수다는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의 귀는 일정 영역대만 들을 수 있다. 대개 20Hz에서 2만 Hz 사이다. 이보다 낮거나 높은 소리는 들려도 듣지 못한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에게 주로 필요한 소리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수다를 들을 수 없는 것도 이들이 초저주파로 ‘떠들기’ 때문인데, 이를 감지하는 장치로 들어보면 동물원이 수다로 가득 찰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초저주파를 쓰는 이유는 높은 주파수에 비해 훨씬 멀리까지 퍼지기 때문이다. 특히 사바나 같은 넓은 지역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어서 수십 km 너머에 있는 다른 코끼리들과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우리가 휴대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듯이 말이다.

바다의 덩치들인 고래 역시 결코 입이 무겁지 않다. 고래들 중에는 코끼리보다 더 덩치가 큰 녀석들이 많은데 한 덴마크 연구팀이 관찰한 향유고래는 ‘성량’이 236dB이나 됐다. 큰 박수 소리가 90dB 정도 되니 우리 귀청이 남아나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괜히 가진 건 아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사냥을 하는 데 꼭 필요하다. 밤에 활동하는 박쥐 또한 우리에게는 찍찍 소리로만 들리지만 이들이 내는 소리를 다 들으면 온 천지에 가득 찬 괴성 때문에 살 수가 없을 것이다. 날아가면서 위치 확인을 위해 끊임없이 내는 소리가 무려 20만 Hz나 되는 까닭이다.

이런 소리들이야 원래 듣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듣지 못하는 소리도 있다. 50대가 되면 청력이 1만 Hz 수준으로 떨어져 젊은 세대가 듣는 소리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게 들리지 않으니 그런 소리가 없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듯 듣지 못한다고 없는 게 아닌데 말이다. 확신이나 믿음이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해서 분명히 존재하는 것도 볼 수 없게 하듯 나이에도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아야 우리도 모르게 좁아지는 세상에 갇히지 않는다. 사실 어디 나이뿐인가? 지위가 높아지고 부자가 되는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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