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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학원, 그다음은 유치원?” 방역패스 뒤 ‘불신’을 보라[광화문에서/이서현]

입력 2021-12-07 03:00업데이트 2021-12-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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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내년 2월 1일부터 학원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고 3일 발표하자 주말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는 등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원 방역패스 다음은 ‘유치원 방역패스’일까요?” 서울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A 씨는 뉴스를 보고 이렇게 되물었다.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5∼12세 아동 접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니 조만간 ‘어린이집 방역패스’까지 등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인터넷의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이러다 영·유아 기본접종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학원’의 지위는 독특하다. 사교육 시설이면서 동시에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는 보육시설인 곳, 학교를 매일 가지 못했던 시기에 아이들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던 유일한 공간. 학원 다니지 않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든 세태에 학원 방역패스 적용을 두고 부모들이 사실상 접종을 강제당한다고 인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모들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고무줄 방역’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9월 소아·청소년(12∼17세) 접종을 예고할 때만 해도 정부의 기류는 분명 지금과 달랐다. 고3 학생들이 여름 단체접종을 시작했을 때도 방역당국은 조심스러웠다. 학부모들에게 소아·청소년 접종은 ‘자율’임을 거듭 밝혔다. 당시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접종의 이익과 잠재적 이상 반응에 대해 설명한 것도 학부모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교육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전면 등교 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미성년자에 대한 접종은 ‘권고사항’임을 강조하며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고 했던 정부가 불과 접종 시작 후 두 달도 안 돼 학교가 위험하다며 사실상 ‘접종 강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행 준비와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모들은 정부가 방역 강화책으로 설익은 ‘학원 방역패스’를 내세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 접종이 시작되던 시기 성인들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방역패스 등이 논의됐었다. 당시 교육당국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소아·청소년에게도 방역패스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교육받을 권리’를 내세우며 손을 내저었다. 접종 여부가 아이들에게 차별로 작용해선 결코 안 된다는 의미였다.

학부모들이 접종의 이익, 이상반응을 겪을 확률, 해외 접종사례 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부모들은 자신보다 내 자식 몸에 들어갈 백신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분노에 불을 붙인 것은 아이들이 방역 실패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쓰는 ‘카드’로 활용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접종률을 높이고 싶다면 그동안 정부 방역정책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학교와 학원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올까 가장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은 방역당국도, 교육당국도 아닌 부모들이다.

이서현 정책사회부 차장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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