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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권순일 재판거래 의혹 쏙 뺀 ‘빈껍데기’ 기소 안 된다

입력 2021-12-01 00:00업데이트 2021-12-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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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 © News1
검찰이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법률 자문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른바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더 수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검찰이 의혹의 몸통은 외면하고 곁가지로만 처벌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고,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는 이때를 전후해 8차례나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방문을 너무 자주 한 배경에 의문이 일자 김 씨는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쓰고 실제론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갔다”는 황당한 변명을 내놔 의심을 더 키웠다.

김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참여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뒀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2개월 만에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영입된 뒤 10개월 동안 총 1억50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화천대유 로비 대상이라는 ‘50억 클럽’ 의혹에도 권 전 대법관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얽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재판 거래 의혹의 핵심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권과 법조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소극적 수사로 일관해왔다. 압수수색 등 기본적인 증거수집 절차조차 진행하지 않아 김 씨의 대법원 출입 기록 정도만 확보한 상태다. 검찰청사에 취재진이 가장 적은 토요일에 권 전 대법관을 한 차례 소환했을 뿐, 재판 관계자들은 일절 조사하지 않았다.

대법관은 사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다. 권 전 대법관이 부적절한 고문료를 받은 것만으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지만, 재판거래 의혹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작은 의혹이라도 남아 있으면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문제를 도려내는 것만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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