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인찬]외교적 올림픽 보이콧

황인찬 논설위원 입력 2021-11-22 03:00수정 2021-11-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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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영국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20일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19일 “국익을 생각해 판단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놨다.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 중”이라고 처음 밝힌 데 이어 동조 기류가 확산되는 듯하다. 이러자 중국 관영매체는 20일 “가식적인 미국 당국자들을 초대할 필요가 없다”며 날을 세웠다. 미중 갈등의 전장이 국제 스포츠 부문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 등은 신장위구르 자치구, 티베트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 때문에 보이콧을 검토한다지만 사실 이들 문제가 새로운 사안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을 앞두고도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비슷한 보이콧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당시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한일 정상 등 80여 개국 정상이 베이징을 찾았다. 이번에 다른 상황이 빚어지는 것은 중국이 이제 미국과 패권을 다투며 세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만큼 공동 견제해야 한다는 서방의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일 것이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폐회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조치다. 외교적 보이콧을 해도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리지만 제대로 된 ‘화합과 축제의 장’을 연출하긴 어렵다. 올림픽을 찾는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면면과 규모는 대회 흥행의 변수이자 주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상수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 하반기 3연임을 공식화하려 한다. 중국은 이를 앞두고 올림픽에 이어 7월 청두 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로 분위기를 띄우려 하는데 이런 구상도 꼬일 수 있다.

▷일본의 고심도 깊어졌다. 일본은 미국, 호주, 인도와 함께 대중 견제 성격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츠는 예외’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7월 도쿄 여름올림픽에 거우중원 국가체육총국 국장(장관급)을 대표로 한 777명의 대표단을 보냈다. 당시 코로나 위기 속에 대회가 열렸지만 중국은 자국의 역대 올림픽 원정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보내며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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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또다시 미중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청와대는 18일 “베이징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논의의 진전을 기대해 왔다. 미국의 최종 결정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의 참석 여부를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베이징 겨울올림픽#외교적 보이콧#동조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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