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기고/브렌던 하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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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던 하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브렌던 하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한반도, 홍콩, 대만은 물론이고 최근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늘 강대국 간 경쟁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이 문제의 상당 부분이 과거 다른 나라들과 각축전을 펼치던 내 조국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렬해짐에 따라 주변국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상황을 종종 ‘고래 틈에 낀 새우’라고 비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세 가지 주요 과제 즉, 코로나19 확산, 난민, 기후변화는 강대국이 대응하지 않거나 잘못된 대응을 하면서 더 악화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적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기후변화 해결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종종 받고 있다. 강대국 간 경쟁 및 반(反)외교주의 시대가 도래한 상황은 오히려 한국처럼 국제사회에서 외교 기량을 발휘할 틈새를 엿보는 중견국에 상당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및 백신 외교 분야에서 한국이 할 일이 많다. 저개발국의 취약 계층에 보건 지원을 하는 것은 전 세계 코로나19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명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한국처럼 수출 및 교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개별 국가의 코로나19 퇴치가 아니라 전 지구적 종식을 통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견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운영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미국이 최대 기여국이지만 WHO 탈퇴를 시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때 확인했듯 더 이상 WHO가 미국만 바라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이는 WHO가 중견국의 더 많은 지원을 절실히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녹색성장 이니셔티브를 강조해 온 한국은 이 경험을 살려 기후변화 대응 또한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온실가스 및 탄소 배출을 제한하면 한국 국민들 역시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쾌적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 더 많은 난민과 강제이주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인구절벽 위기를 타개할 수 있고 다문화주의의 긍정적 파급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의 난민 수용률은 아직 약 4%에 불과하다.

강대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한국 같은 중견국이 새롭고 온정적이며 인도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중견국 리더십은 강대국 리더십보다 덜 위협적이기에 국제사회가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도 쉽다.

올해 8월 필자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최초의 외국인 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자리에서 다른 시선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늘 고민하듯, 불과 반세기 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다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더 많을 것이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브렌던 하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한국#리더십#발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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