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기술이 전부가 아니다[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18> 송골매 ‘하늘나라 우리 님’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송골매’ 리더 배철수는 송골매의 역사를 가리켜 “연주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배철수는 아마추어 대학생 밴드로 시작했다는 한계로 연주력에 대해 늘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사랑과 평화’는 가장 대표적인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는 밴드란 명성을 얻고 있던 사랑과 평화를 보며 주눅이 들었다. 신 같은 존재였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사랑과 평화를 이끌던 기타리스트 최이철과 키보디스트 김명곤은 오히려 송골매 음악이 굉장히 독창적이고 훌륭하다며 치켜세워 줬지만 그런 칭찬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송골매는 활동 후기에 멤버 교체를 단행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활동했거나 이후 위대한 탄생에 가입하는 연주자들로 멤버 절반을 채웠다. 당시 위대한 탄생에서 활동했다는 건 해당 포지션에서 연주를 가장 잘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연주를 잘하는 멤버들과 석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송골매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시대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 스타일도 송골매 전성기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이 바뀌었으니 음악이 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활동 초기 사랑과 평화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배철수에게 ‘산울림’의 음악은 성에 차질 않았다. 저렇게 연주를 못하면서 무슨 음악을 한다는 건지 우습게 봤다고도 했다. 훗날 세월이 흐른 뒤에야 산울림 음악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알았다고 한다. 또 송골매가 해체할 때가 돼서야 음악은 연주력으로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활동 내내 연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애쓰다가 해체할 때가 돼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송골매 음악이 인기를 얻고 찬사를 받았던 건 연주력 때문이 아니었다. 좋은 곡을 창작할 줄 알았고, 특히 배철수가 노래 부른 곡들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었다. 당시 환경과 각자 성장 배경이 더해지면서 조금은 미숙한 듯하지만 가장 토속적이며 한국적인 록 음악이 완성됐다. ‘하늘나라 우리 님’이나 ‘탈춤’, ‘세상만사’,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같은 노래들은 단순히 연주력이나 테크닉으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세상에 이처럼 노래 잘하고 연주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스레 실감한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을 우려의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거기에선 늘 ‘기술’과 ‘기능’이 우선이고 정작 더 중요한 ‘창작’과 ‘색깔’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입상자 대부분은 배철수나 김창완(산울림)보다 훨씬 더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잘하지만, 그들은 잘 풀리면 행사를 뛰거나 그조차도 아니면 그냥 잊히고 만다. 그 이유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음악에서 기술은 ‘자기 것’이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숱한 역사와 명반이 그렇게 말한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음악#기술#송골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