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 시작한 근육운동, 수술 스트레스도 날려줬죠”[양종구의 100세 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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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스쾃 운동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말 열린 한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윤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후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윤하나 교수 제공
윤하나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스쾃 운동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말 열린 한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윤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후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윤하나 교수 제공
양종구 논설위원
양종구 논설위원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51)는 지난해 3월 중대 결단을 하고 실천에 들어갔다. 체중 감량을 위해 근육을 키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15년 넘게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했지만 나이 들면서 찐 살이 빠지지 않았다. 직업상 얻은 요추 경추 디스크에 혈압도 높고 고지혈증까지 왔다. 의사로서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의사도 사람이다 보니 나이가 들고 나잇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살을 빼기 위해 강도 높은 운동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더 이상 미루다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병원 근처 웨이트필라테스를 하는 곳을 찾았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을 할 때 어깨를 올리고 근육을 긴장시키는 자세가 되다 보니 어느 순간 거북목이 됐다. 비뇨의학과는 수술 부위가 매우 좁고 로봇 수술이 많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몸을 굽히고 있어야 한다. 목 디스크까지 발병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에 이르렀다. 재활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2005년쯤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한 이유다. 건강은 유지됐지만 나잇살은 빠지지 않았다.

윤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함께 해주는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으며 유산소운동도 병행했다. 주 3회 1시간씩 PT를 받고 집에서는 고정식 자전거를 타거나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근육을 키워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고 유산소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는 게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그는 “공복이라서 다이어트 효과가 좋기 때문에 아침 일찍 유산소운동을 했다. 피곤해 하지 못하면 일을 마치고 저녁에도 했다”고 했다. 조금 빠지긴 했지만 미미했다.

지인들과 얘기하다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회에 출전하려면 식단 관리도 해야 하고 훈련도 체계적이고 강도 높게 해야 해 다이어트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지난달 말 열린 한 머슬마니아 피트니스대회를 위해 3개월 전부터 강도 높은 준비에 들어갔다. 주 4회 PT 1시간씩에 매일 유산소운동 1시간, 그리고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음식 조절까지 했다. 병원 업무를 보면서 대회 준비를 함께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대회 일주일 전엔 휴가까지 냈다. 효과는 컸다. 근육이 붙고 살도 급속히 빠져 지난해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뒤 11kg이나 감량했다. 대회에서 스포츠모델 오픈 쇼트 4위, 시니어모델 4위 등 2개 분야에서 입상했다. 대한민국 여성 1호 비뇨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사상 첫 머슬마니아 입상 여성 비뇨의학과 교수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윤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 진료나 수술을 할 때 목부터 어깨, 팔까지 테이핑을 했다. 근력이 붙으면서는 안 한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에 나섰지만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측면도 강했다. 환자 치료를 잘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그는 “과거 선배들이 의사는 자기 생명을 깎아서 환자를 살린다고 했다. 내 몸이 힘들어도 일단 환자를 치료하고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도 환자를 더 잘 보기 위해, 건강을 위해 투자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실천, 그리고 습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체육관이나 피트니스센터에 가야 한다. 머리로는 절대 운동 못 한다.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운동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미루는 습관이 익숙해지면 절대 건강해질 수 없다. 힘들어도 운동을 실천해야 익숙해진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요즘 환자 보는 게 훨씬 편안하다. 그는 “진료가 즐거울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훨씬 덜 받는다. 과거 치료 경과가 좋지 않거나 진상 환자를 만나면 짜증이 났다. 이젠 자신감이 생겨 어떤 스트레스도 통제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고방식도 달라졌다. 50세 넘어 머슬마니아 대회에 도전했고 성과를 내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됐다. 환자들에게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직접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 살기 위해서보다는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운동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근육운동#수술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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