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곡·내로남불 상징 정연주, 취임 일성이 언론 겁주기

동아일보 입력 2021-08-11 00:00수정 2021-08-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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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이 그제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취임했다. 위원들의 호선(互選)이란 형식을 거쳤지만, 청와대의 내리꽂기다. 친정부 성향이 뚜렷하고 언론관도 편협해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방심위원장으로 부적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청와대는 귀를 닫았다. 심의 및 제재라는 공적 수단을 동원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그는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방송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거짓 편파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건가. 권력 감시 등 언론 본연의 책무에 헌신해온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협박이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사장이던 노무현 정부 시절 KBS가 어땠는지부터 돌아보라. 친정부 편파 왜곡 보도 사례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정권 나팔수’라는 치욕스러운 평가도 받았다. ‘편파 왜곡’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 사장 퇴임 후 13년 만에 방송사의 각종 보도 등을 심의하는 기구의 수장을 꿰차고 앉아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겠다”고 하니 기막힌 현실이다. 그는 내로남불의 원조이기도 하다. 2002년 야당 대선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를 맹비난해놓고 정작 자신의 두 아들은 미국 국적을 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처럼 논란이 많은 인물을 본격적인 대선국면 등을 앞두고 방심위 수장에 앉힌 이유가 대체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아울러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어제 국회 상임위에 상정했다. 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단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입법독재”라며 언론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황인데도 이달 말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정의당도 어제 “평범한 시민의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주요 권력 집단에 대한 비판 보도를 막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지만 여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방심위를 통한 보도 제재, 전대미문의 ‘언론악법’ 등장이 곧 현실화할 수 있지만 똑똑히 기억할 게 있다. 언론은 장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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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5기 방송통신심의위원장#청와대 내리꽂기#언론 재갈 물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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