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양포세’ 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8-04 03:00수정 2021-08-0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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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드리겠다. 사는 집이 아닌 건 파시라.”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8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을 밝히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그 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는 매년 양도세제를 뜯어고쳤다. 지난해 초부터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양도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 즉 ‘양포세’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징벌적 양도세제’의 결정판이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여분의 집을 처분하고 남긴 한 채는 집을 산 시점부터 장기 보유·거주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2023년 1월 1일부터는 다 팔고 1주택자가 된 시점부터 기간을 계산한다. 이번에도 남은 1년 5개월 동안 “사는 집 아닌 건 팔라”는 뜻이다.

▷양도세 개편의 불똥은 ‘1가구 1주택자’에게도 튀었다. 법 개정 이후 집을 사는 1주택자는 나중에 집을 팔 때 차익 규모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 폭이 달라진다. 5억 원 이하, 5억∼10억 원, 10억∼15억 원, 15억 원 초과 등 시세차익이 커지면 최대 공제 폭이 40∼10%로 차등 적용된다. ‘똘똘한 한 채’로 올린 높은 시세차익도 환수할 불로소득으로 본 것이다.

▷4년 내내 다주택자를 표적 삼던 양도세가 1주택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건 여당 내 ‘부동산 정치’의 산물이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양도세 과세 대상을 실거래가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완화하려던 민주당 지도부가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타협했다. 부동산 거래세 완화란 취지는 실종되고 세금폭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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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제는 더 난해해졌다. 1주택자만 봐도 거주·보유 기간에 따라 2019년 8가지였던 양도세율 경우의 수가 급증해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189가지로 늘어난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채수 및 지역, 처분 시기 등이 추가돼 경우의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효율성, 명확성, 적은 납세자 협력비용 등 좋은 세금의 원칙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양포세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

▷어느 나라건 청년층과 서민, 취업·교육 등의 이유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빌릴 집이 필요하고, 그 대부분을 다주택자, 부동산 업체가 공급한다. 모두가 1주택자가 되기도 어렵지만 된다 해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미 높은 양도세에도 집을 안 판 사람 다수는 양도세가 더 강화돼도 집을 내놓기보다 버티거나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악, 1가구 1주택=선’이란 여권의 인식이 초유의 ‘복잡계 세금’을 만들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양포세#다주택자 양도소득세#징벌적 양도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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