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국가교육위, 편향성-옥상옥 논란 이어져…“脫청와대가 관건”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1-07-28 03:00수정 2021-07-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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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7월 출범 앞두고 논란
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이 찬성 165표, 반대 91표, 기권 5표로 통과됐다.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1월 중에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2019년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쏠림이 있는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을 2022학년도부터 올려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으로 완성하겠다.”(2019년 11월 28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올해 고3 학생과 학부모들은 2년 전, 불과 한 달 사이에 진행된 ‘대입제도 개편’의 충격을 기억할 것이다. 대학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전까지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종 등 수시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의 경우 20.9%까지 떨어진 정시 비중을 갑자기 10년 전(2010학년도 42.1%) 수준으로 올려야 했다.》

교육정책이 윗선의 지시로, 혹은 정권이 교체되며 바뀐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때마다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여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추진된 이유다. 초정권적인 독립기구를 설치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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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내다본 교육정책 수립이 목표


내년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교육 비전과 중장기 정책 방향 등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부 장관이나 시도교육감은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전년도 실적과 다음 해 시행계획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10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교육정책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2년 전처럼 대입제도가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을까.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자율형사립고가 2025년에 일괄 일반고로 전환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2008년부터 전국 단위로 시행되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2017년 시험을 며칠 앞두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제안으로 표집평가로 바뀌며 시험지 수십만 장을 폐기하는 일도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법안에는 ‘발전계획과 관련해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 의견을 수렴하여 심의·의결을 거쳐 변경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정하더라도 합의(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를 거쳐 추진하는 만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교육부가 추진 과정에서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은 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하며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편향성 우려와 ‘옥상옥’ 논란


유은혜 부총리는 법안이 공포될 때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권, 초당파적으로 일관되고 안정된 백년대계 교육을 실현할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안 통과 과정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정권 편향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와 여당 인사가 손쉽게 과반이 되는 편향적 구조라 ‘정권교육위원회’일 뿐”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21명이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교육감협의체 대표자 △교원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각 1명 △시도지사협의체 추천 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 추천의 경우 학생·청년, 학부모를 각 2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위원은 정당 가입이 금지되며 교원, 교수, 공무원 등 각 직능별로 30%를 넘을 수 없다.

당초 국가교육위원회는 ‘법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으로 추진됐지만 여당이 ‘1년 뒤 시행’으로 수정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다음 정권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교육정책 알 박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위원의 임명이나 위촉은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전에 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질적인 역할은 출범 이후 할 텐데 굳이 비판받으며 현 정부가 위원을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집권세력과 이념을 같이하는 위원의 비중이 반 이상이라 정부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위원회가 정권과 밀착될 경우 임기 3년으로 임명된 위원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흔들리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정책을 결정할 때 전문성보다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향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위원들의 전문성 요건을 강화하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처럼 정치색이 짙어져 갈등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업무가 중복돼 옥상옥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추상적인 밑그림만 그리는 역할에 그치고, 교육부의 위상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만 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형과 절대평가를 도입할지부터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법, 수시와 정시 비중을 결정하는 일까지 매우 범위가 넓은데, 이런 세밀한 결정은 모두 교육부가 하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결국 교육자들의 독점 기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교육 수요자와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자는 설립 취지와 달리 위원 대부분이 교육자로 구성되면 이전처럼 공급자 중심의 ‘톱다운’ 교육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교원 교수 장학사 등 교육자들이 위원직 대부분을 차지하면 결국 이들이 교육정책을 독점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출범된다면 교육자 비중을 전체 위원의 40% 미만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부·청와대가 권한 내려놓아야


교육부의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유 부총리는 “초·중등 교육 분야는 본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이양하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교육격차, 학생안전·건강, 예산·법률 등 국가적 책무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집중하며 고등교육, 평생직업교육, 인재양성 등 사회부총리 부처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교육부 조직과 기능은 위원회 출범 후 현재보다 대폭 줄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창설해 교육문제를 풀겠다는 구상 자체가 국가의 교육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교육 주체들을 과보호하는 ‘유모 정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때 조율을 어떻게 할지도 중요하다”며 “국회 역시 국가교육위원회가 많은 예산이 필요한 정책을 결정했을 때 도와줘야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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