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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지구에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입력 2021-07-02 03:00업데이트 2021-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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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괜찮겠지 나는!’ 하는 생각으로 기다리던 백신을 맞았다. 내 나이대 친구 교수들은 다들 주말이 시작되기 전 금요일에 맞았지만,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화요일 아침에 맞았다. 주사를 맞고 학교에 갈까 하다가 약간 머리가 무거워져 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웬걸, 시간이 지나자 침대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고, 프로 권투선수에게 갈비뼈를 무참히 가격 당해 링 위에 누워버린 아마추어 선수처럼 무기력해졌다. 직업 정신에, 누워서 책을 펼쳐 들었으나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준비한 해열진통제를 챙겨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틀 동안 꼼짝없이 집에 있었다. 간간이 괜찮으냐고 묻는 동료 교수들의 문자에 “아프다!”라고 답을 보내면 “아프면 건강한 증거!”라는 괴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항체 형성을 위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누워 있는 동안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지구에도 백신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 위기와 지구 온난화, 탄소 중립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긴 한데 내가 보기엔 한참 늦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지구 생존에 대응하기 위해 “면도날 같은 시간만 남았다”고 했다. ‘면도날 같은 시간이라면 물리적으로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기업가는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이라고 했다. 탄소 배출 없는 공장을 만드는 것 역시 힘든 일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증가에 있다.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문제다.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나무숲이 사라지면서 온실효과의 영향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이 온실가스가 계속 증가하면 지구 온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대기 중 수증기 증가로 인한 강수량 증가, 빙하 감소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 해수면 상승은 해류의 비정상적인 흐름인 엘니뇨 현상 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가 아니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에 의해 전력이 생산된다면 그 구성 비율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은 솔로몬왕의 재판처럼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탄소 배출량 감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체중을 5kg 줄이셔야 합니다. 두 달 후에 5kg 감량해서 오세요.” 두 달 동안 부단히 노력했으나 몸무게는 아주 조금만 줄었다. 병원에 가기 2주 전, 불행 중 다행으로 장염에 걸려 일주일간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다. 몸무게를 재보니 기적같이 5kg이 빠져 있었다. 그 체중으로 병원에 가 피검사를 하고 난 다음 검진을 받으니, 의사 선생님이 차트를 보고 “이거 보십시오! 다 정상으로 돌아왔잖아요!” 하며 좋아했다. 이후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하루 불가능에 가까운 노력을 하면서!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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