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 잘할 수 있는 디지털화 시대
디지털 네이티브에 교육 잘 받은 30대
정부보다 시민 중시의 새 보수 가능성

기계에는 인간의 지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약한 징후가 있다. 과거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직관을 갖게 된 사람만이 이 징후를 포착해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센서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 있기만 하면 베테랑에게나 가능했던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 찾기’가 신입사원에게도 가능해졌다.
4차 산업혁명을 영어권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부른다. 아날로그적인 것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다. 러다이트 운동 같은 반발이 없어서 그렇지 1차 산업혁명 시기 수공업을 기계공업으로 바꾸는 것 못지않은 작업 방식의 근본적 변혁이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구세대 사원은 결국 디지털에 익숙한 신세대 사원에게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60대의 프리드먼은 ‘늦게 와줘서 고맙다’고 한 것이다.
“이준석은 여론조사 소식을 접하자 즉각 태블릿을 꺼내 구체적 수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각종 커뮤니티 인기 글의 현황을 알려주는 ‘이슈링크’에 접속했다. ‘이준석’이란 키워드가 1위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짧은 논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논평을 인용한 글이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재생산됐다. 주요 언론사에서도 이준석의 논평을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선순환을 일으켜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는 더욱 확산됐다.”
586세대와 40대가 젊었을 때 일어나기 시작한 정보기술(IT) 혁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서막에 불과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현할 무렵 도약이 일어났다. 페이스북이 개방되고 트위터가 시작됐으며 구글이 유튜브를 매입했다. 하둡(Hadoop)의 분산병렬식 처리로 인해 컴퓨터의 저장 연산능력이 폭발했고 깃허브(Github)라는 소프트웨어 오픈 플랫폼이 등장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용이해졌다. 30대는 그 무렵 16∼25세였다. 그렇게 첫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30대 이하를 눈여겨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586세대가 고등학교에 갈 때는 이미 명문고가 다 없어지고 평준화가 시행됐다. 40대들도 대부분 평준화 교육을 받았다. 1996년 민족사관고등학교가 평준화 이후 처음으로 수월성 교육을 표방하고 나왔다. 2002년 민사고를 시작으로 자립형 사립고가 생겼다. 30대는 새로 수월성 교육을 받기 시작한 세대다.
수월성 교육의 결과 국내를 넘어 외국 대학의 학부 과정에 도전장을 내는 학생이 늘었다.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말하고 듣는 이들이 지금 30대의 선두주자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공부한 학생도 이른바 ‘인서울(in Seoul) 대학’에 가는 학생의 실력은 586세대 때 서울대와 연고대에 가는 학생의 실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기초 실력은 586세대나 40대보다 높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이준석 현상’과 관련해 곧 발표할 원고를 하나 보내줬다. 그의 조사와 연구에 따르면 20, 30대는 이념적으로는 보수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념 대신 정부 중심이냐, 시민 중심이냐는 구별을 대입해 비교해 보면 50, 60대는 정부 중심, 20, 30대는 시민 중심으로 큰 차이가 난다. 30대 이하가 이전보다 보수화하고 있다면 그것은 과거 정부 중심의 보수와는 다른 시민 중심의 새로운 보수다. 아날로그 시대의 중민(中民)과는 다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중민이 나올지도 모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