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맞이한 한중 관계[세계의 눈]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입력 2021-06-09 03:00수정 2021-06-0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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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드 도입으로 급랭한 한중 관계는 이후 서서히 관계 회복을 해 오고 있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심화하면서 한중 관계에도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동아일보DB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1992년 8월 한중 수교 후 두 나라는 냉전 트라우마에서 신속히 벗어났고 양국 관계는 무역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역사적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한중 관계에서 미국의 영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5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한중 간 극렬한 대립을 유발했다. 중국은 ‘똑똑하지 못하게’ 한국에 대한 부분적 경제 제재를 가해 양국 관계를 후퇴시켰다. 다행히 2018년부터는 양국 지도자의 노력으로 기본적 안정을 이루고 있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이 재차 연기됐으나 양국의 정치 핵심 인사들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해 두 나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 관계의 악화다. 나날이 격렬해지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속에서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대한 난관을 맞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미 군사동맹은 한반도의 평화, 비핵화, 한국 주도의 통일 프로세스를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한반도 이외의 인도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확대할 필요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 전진기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이미 배치된 사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 극초음속 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한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이 지역의 군사적 대립 상황에서 한국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중국은 한미 군사동맹과 미일 군사동맹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두고 분쟁 중이다. 대만해협을 전략적 해상 교통로라고 인식하는 일본은 중국의 해군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또 대만을 식민통치했던 과거 경험 때문인지 대만 독립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동정심을 보여 왔다. 이처럼 중국과 여러 면에서 대립하는 일본은 미일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연합해 중국을 억제한다’는 것을 국가 안보를 위한 전략적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적수는 단순히 미국이 아니라 미일 동맹인 셈이다. 한미 동맹은 이런 미일 동맹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최대 ‘적’으로 만들려 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6월 말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평가 완료 후 나올 결론은 중국을 ‘경쟁자(competitor)’에서 미국 최대의 ‘적수(adversary)’ 또는 ‘잠재적 적(potential enemy)’으로 변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동시에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 억제 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한국은 바이든 정부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정 부분 역할 분담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미국이 자신의 패권적 이익을 공고화하기 위한 것이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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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한국이 미국 쪽으로 완전히 쏠리지 않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첫째, 중국은 절대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 핵문제에 대한 기본적 판단을 바꾸지 않아야 하며, 북핵을 미국과의 줄다리기 흥정카드로 인식해서도 안 된다. 둘째,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대만 독립을 저지하는 위협수단일 뿐, 선제적 군사행동으로 통일을 이루지는 않을 것”이란 선언을 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대미 전략이 감성적인 민족주의적 대항이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유연한 대미 전략은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한미 동맹이 ‘반중 연맹’의 핵심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한국과 중국 양국은 상호 전략적 성숙도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평화적인 동아시아의 미래에 서로 손을 맞잡은 한국과 중국이 빠져서는 안 된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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