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용관]ROTC 창설 60년

정용관 논설위원 입력 2021-06-02 03:00수정 2021-06-0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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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은 장수들에게 “명령은 문(文)으로 하고 통제는 무(武)로 하라”고 했다. ‘문무겸비’ 군사교육이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학생군사교육단, 즉 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가 아닐까 한다. ROTC로 선발되면 대학 3, 4학년 때 군사학 교육과 훈련을 받은 뒤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한다. ROTC가 어제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ROTC의 원조는 전쟁을 자주 치른 미국이다. 직업 군인은 아니지만 ‘평시 교육, 전시 장교’ 필요성을 절감하고 창안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ROTC 훈련을 받은 초급 장교 15만 명이 참전해 전공을 세웠다. 6·25전쟁 때도 ROTC 출신 장교 1만8000여 명이 무장 소집에 응해 한국 땅을 밟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한미 동맹의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1960년대 초반 우리 군은 역량 있는 장교가 턱없이 부족해서 골치를 앓았다. 그나마 있는 초급 장교들 중에는 한글로 쓰인 야전교범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배경 아래 1961년 6월 1일 탄생한 ROTC는 그동안 22만여 명의 장교를 배출하며 군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엔 임관 소위의 73%, 전방 경계 소위의 70%를 차지했다. 여군 장교도 2210명이나 나왔다.

▷ROTC는 3무(無), 1존(存), 3례(禮)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3무는 ‘학연, 지연, 정치와 종파 초월’, 1존은 ‘오직 기수만 존재’, 3례는 ‘선배에게 존경, 후배에게 사랑, 동기에게 우정’을 의미한다. 자부심과 결속력이 강해 스스로 ‘알오티시안(ROTCian)’이라 부르기도 한다. 합참의장을 2명 배출했다. 남영신 대장은 첫 ROTC 출신 육군참모총장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구자용 LS네트워크 회장,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등 많은 기업인들도 ROTC에서 문무 리더십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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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ROTC중앙회는 어제 기념식에서 “100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자”고 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갈수록 지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경쟁률이 6 대 1 수준까지 오를 정도였지만 지난해는 2.23 대 1로 떨어졌다. 이유는 복무 기간과 복지 문제 등이다. 병사 복무 기간이 18개월까지 줄었지만 ROTC 장교는 28개월로 변함이 없어 취업 걱정 등으로 우수 자원들이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일선 병사들과 동고동락해야 할 초급 장교들의 자질이 떨어지면 전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복무 기간을 갑자기 줄이면 장교 수급 문제가 발생한다. 복무 기간의 합리적 조정, 미 대학과의 ROTC 교환 프로그램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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