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몰랐다면 검증 실패, 알았다면 정무 실패

황형준 정치부 기자 입력 2021-06-01 03:00수정 2021-06-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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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정치부 기자
“청와대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2019년 3월 말 당시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발표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돈을 받고 논문을 통과시켜 주는 인도계 학술출판단체 ‘오믹스(OMICS)’가 주최한 학회에 조 후보자가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지명을 철회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조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청와대도)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댔다. 2017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때만 해도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는 참고 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그랬던 청와대가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이라는 모순적인 발언을 하자 야당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윤 전 소통수석의 발언은 2년 2개월이 지난 뒤 사실상 문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했던 것임이 뒤늦게 증명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임혜숙 과기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등 3명의 장관 후보자 관련 질문에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그럴 만한 기능과 인력을 청와대가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물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문 대통령이 인사 검증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반복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문 대통령의 책임 인정이나 사과를 기대했던 일각의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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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의 검증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국회와 언론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박준영 전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가 해외에서 사들인 도자기 수백 점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 드러나 낙마했다. 청와대가 배우자의 공개된 SNS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후보자 본인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2019년 4월 낙마한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최 후보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과 서울 잠실, 세종시에 아파트 3채를 보유했다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장녀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꼼수 증여’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했다. 청와대가 이조차 몰랐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난 것이고 알았다면 정무적 판단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완결이 아니다”라고 여기지 말고 임기 초부터 “검증 시스템을 개선하고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한 8번째 장관급 인사 낙마도, 33번째 야당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장관급 인사를 강행했다는 오명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인사 검증 실패는 검증에 구멍을 낸 민정수석들과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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