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입력 2021-05-29 03:00수정 2021-05-29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수출 호조 덕분에 상품 무역흑자에서 앞선 韓
자본의 수익 이동 포함한 경상수지 강세인 日
작년 무역흑자 韓 820억 대 日 290억 달러
대외순자산 韓 4800억 대 日 3조7000억 달러
기업의 해외 진출 덕분에 고용 지켜내
해외 생산거점, 노동비용 아닌 시장을 찾는 노력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20년 한국은 517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4350억 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했다. 일본의 상품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6500억 달러와 6210억 달러였다. 경제 규모는 일본이 한국의 3배쯤 되지만, 수출액에서는 두 나라 간 차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수입보다 수출이 많아 상품수지가 흑자였지만, 한국의 820억 달러에 비해 일본의 290억 달러 흑자는 초라해 보일 정도다. 사실 290억 달러도 2019년의 14억 달러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같은 해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800억 달러였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상품수지가 적자였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일본은 2011년 이래 5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품무역에서 한국은 절대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 간 상품 거래뿐만 아니라 노동력이나 자본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이동까지 포함하는 경상수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750억 달러로 상품수지 흑자와 비슷하지만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1690억 달러로 상품수지 흑자의 5배가 넘는다. 한국의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 의해 좌우된다. 서비스수지는 늘 적자고 일차소득수지는 최근 10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품수지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가 작다. 일본의 경상수지에서는 일차소득수지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20년 한국과 일본의 일차소득수지는 각각 120억 달러와 2000억 달러였다. 자국민이 해외에 취업해서 번 돈이나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이 일차소득수지에 포함된다. 그래서 필리핀처럼 해외로 나간 노동자가 많은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일차소득수지가 많다. 해외로 나간 노동자가 많은 것도 아닌 일본이 소득수지가 높은 것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3조700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외순자산은 4800억 달러 정도로 파악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외순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덕에 일본은 상품수지에서 적자가 나도 경상수지가 흑자인 나라가 되었다.

일본의 해외 자산은 금융 투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 덕분에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도요타나 현대자동차가 해외에 공장을 두고 현지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현지에서 판매하는 것은 이제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자동차나 전자산업을 넘어 광범위한 사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해외에 생산설비를 구축해 왔다. 아지노모토는 세계 최초로 MSG 조미료를 생산·판매한 일본 기업이다. 음식료 제조업이라면 내수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겠지만 아지노모토는 생산과 판매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10여 년 전 50%를 넘어섰다. 아지노모토가 아프리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도 10년 전의 일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내 고용을 축소시킨다는 인식 때문에 때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최근 현대차 노조에서 미국 시장 투자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본의 예를 보면 국내 생산을 고집한 기업이 아니라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기업이 오히려 살아남아서 고용을 지켰다.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노동비용이 아니다. 일본 기업은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갔다.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북미와 유럽이다.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주요기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한국의 4대 그룹이 44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 큰 화제였다. 미국 입장에서도 반색할 일이지만 그 투자는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한국 기업은 더 공격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시장 규모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해외에 진출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더 성장해야 국내에서도 고용을 지키고 확대할 수 있다. 지금의 실력과 열정에 더해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세계의 젊은이가 선망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기업#해외#일본#순자산#해외 진출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