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광영]‘한강 의대생 사건’은 어떤 사건으로 기억될까

신광영 사회부 차장 입력 2021-05-21 03:00수정 2021-05-2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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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손정민 씨 친구 스마트폰 수색 작업 나선 경찰 경찰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故 손정민씨 친구 A씨의 스마트폰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21.5.17/뉴스1
아버지는 서울 강남경찰서장 또는 세브란스병원 교수, 외삼촌은 전 서울 서초경찰서장, 큰아버지는 법무부 차관….

손정민 씨(22)가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관심이 쏠리면서 동석했던 친구의 가족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억측들이 이어지고 있다.

스물두 살의 장성한 아들로 키워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힘들게 의대에 간 아들이 젊음을 누리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게 얼마나 황망한지 공감하는 40, 50대 엄마들의 반응이 특히 뜨거운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바라는 요구 역시 정당하다. 한강공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건장한 청년이 하룻밤 새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라면 누구나 같은 비극을 당할 수 있다.

수사와 재판은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공적 서비스다. 시민들은 형사사법제도의 ‘고객’이자 ‘주주’로서 발언권이 있다. 17일 5주년을 맞은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젠더 범죄를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계기였다. 이후 여성 상대 범죄를 대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태도가 보다 단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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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리적 근거 없이 수사 결과를 예단하고,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려는 여론몰이는 실체 규명에 치명적인 장애 요인이다.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과 검사들은 “수사는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일이다. 신중함과 절제력을 잃는 순간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1988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진범인 이춘재는 돌려보내고 윤성여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이나, 1972년 ‘파출소장 딸 피살사건’ 수사팀이 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인물인 정원섭 씨를 범인으로 내몬 것도 섣부른 수사 프레임과 확증 편향이 겹친 결과다. 실패한 수사는 무고한 시민을 20년, 15년씩 감옥에 가두고 살인마인 진범이 거리를 활보하게 해준다.

손 씨 사건을 수사하는 서초경찰서 앞에서 며칠 전 집회가 열렸다. “○○○ 자수하라” “○○○를 체포하라”는 친구의 실명이 담긴 구호가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은 친구와 그의 가족을 ‘신발군’ ‘신발군네’라고 불렀다. “친구가 아무리 힘들어도 죽은 것만큼은 아니다” “우리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친구 측이) 아니라고 할 것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14일 가해 양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정인이 사건’ 역시 여론의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 사례다. 담당 재판부에는 “정인이 또래 두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20개월 된 손녀의 할머니입니다” “두 돌 아들을 둔 아빠입니다”로 시작하는 진정서 수만 통이 접수됐다.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겠다는 신청은 사건 이후 두 달간 630건 넘게 들어왔다. 지난해 1년간 신청 건수(467건)보다 훨씬 많다.

개인에게 큰 아픔을 안긴 사건이라도 실체가 규명된 뒤에는 사회적 선순환을 만드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손 씨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일부의 억측과 공격은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기게 될 소중한 메시지를 왜곡할 수 있다.

신광영 사회부 차장
신광영 사회부 차장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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