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대 마약범 3년 새 3배, 지금 안 막으면 영영 못 막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0시 00분


코멘트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10대 마약 중독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69명이던 미성년자 마약 범죄자는 지난해 241명으로 늘었다. 전체 마약 범죄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약 0.8%에서 2020년 약 2%로 증가했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3월까지 검거된 마약 범죄자 1492명 가운데 약 2.9%인 44명이 미성년자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에 비해 마약에 훨씬 더 취약하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필로폰 사용 경험이 있는 청소년 집단과 성인 집단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비교한 결과 청소년의 뇌가 성인보다 최대 7배 더 손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약 중독은 경제력이 없는 청소년에게는 뇌의 손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약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집 안 물건을 부모 몰래 내다파는 것에서 시작해 성인과 조건 만남을 갖기도 하고 절도 강도 등의 범죄에 손을 대기도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의 중독은 대부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본드나 부탄가스 등 환각물질을 흡입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해 마약 관련 은어를 알기만 하면 익명의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청소년도 마약을 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청소년이 호기심에 마약을 우연히 한번 접했다가도 이후로는 구하기 어려워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청소년 마약 중독이 더 이상 미국 등 남의 나라 일이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청소년 문제로 게임 중독, 인터넷 도박, 성(性) 동영상 노출 등이 흔히 거론되지만 마약 중독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폐해의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SNS를 통한 은밀한 마약거래를 단속할 수단을 강구하고 학교에서부터 약물 오·남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확산을 저지하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0대#마약범#증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