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의 힘[기고/박세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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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노팅엄대 경영대 재무 부교수
박세영 노팅엄대 경영대 재무 부교수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참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는 인식이 많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일차함수, 이차함수, 방정식, 행렬 등 개념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클 수 있다. 학부 때 수학을 전공했고 현재 경영학과에서 수학을 기반으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지만 필자도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에서 5등급을 받았다. 모의고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나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제 ‘수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수학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도구’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다양한 생각과 추상적 사고 및 개념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수학이라는 학문이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수학만큼 현실을 잘 표현하는 언어도 없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100m 달리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 2, 3등 순위권에 들어온 친구들은 얼마나 빠를까? 여기서 일차함수가 활용된다. 모든 학생들의 경주 실력을 초 단위로 기록한 후 직선의 기울기에 대응시키면 된다. 그렇게 모든 학생들의 일차함수를 한데 모으면 그래프가 되고 빅데이터가 된다. 이를 분석해 학교별 학년별 특정 패턴을 찾는 게 소위 빅데이터 분석이다.

수학이라는 언어는 우주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우주선 궤도를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앞으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종종 듣는 시뮬레이션이다. 또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언제 주식에 투자해야 하고 팔아야 할지가 가장 궁금하다. 주가 움직임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수식과 표, 그림으로 분석하고 경제 상황에 따른 예측이 가능해진다. 병원 의료장비로 우리 몸 내부 상태를 진단할 때도 수학이 활용된다. 바깥의 조건을 알면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방정식이 존재한다.

현재 수학을 접하고 있거나 앞으로 접할 이들에게 다음을 기억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은 수학을 통해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생각하는 힘, 다시 말해 수학적 사고를 기르고 있다. 물론 다른 학문을 통해서도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지만 적어도 수학에서처럼 수많은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떤 문제는 그 여정이 너무 험난하고 복잡하겠지만 해답을 찾아내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어떤 어려운 현실의 문제라도 생각하고 모험하여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이후 공부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 수학 한 문제가 풀릴 때까지 고민해 보다가 흥미를 갖게 됐다. 하루가, 심지어 일주일이 넘은 적이 있는데 고민과 생각을 깊이 할수록 우연한 실마리를 찾는 경험이 이어졌다. 그런 성취감과 희열이 성적도 향상시켰다.

수학은 수천 년 생각과 사고의 집합체이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지난 수천 년 동안 철학자 수학자 신학자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민했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빅데이터를 잘 분석하여 이제 사회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도전 과제를 해결해보면 어떨까.

박세영 노팅엄대 경영대 재무 부교수



#현실#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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