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중현]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평행이론’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3-18 03:00수정 2021-03-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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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부 임기 말 공시가 급등
종부세 폭탄에 불만여론 고조
박중현 논설위원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나는 확실히 대상에 들어갑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기준을 놓고 정부 여당이 갑론을박을 벌이던 2004년 11월 주무부처 수장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에 살고 있던 그는 강남구 도곡동 빌라, 역삼동 오피스텔 등 집 3채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2년 차였던 당시 여권은 집값이 불안해지자 부동산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기준선을 낮게 잡아 과세 대상을 늘리고 싶어 하는 열린우리당, ‘청와대 386’과 달리 이 부총리와 재경부는 종부세 최초 도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위를 최상위 부유층으로 한정하려고 했다.

과세 기준을 얼마에서 자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재경부 세제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이 부총리가 던진 한마디가 가이드라인이 됐다. “나만 포함시키면 돼.” 시세의 50∼60% 수준이던 기준시가로 봤을 때 이 부총리를 과세 대상 아래쪽 끝으로 포함시키는 선이 대략 9억 원이었다. 이 부총리의 뜻이 종부세 ‘9억 기준’이 처음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나도 부과 대상”이라고 장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듬해인 2005년 7만1000여 명에게 종부세가 처음 부과됐다. 증세(增稅) 논란에 정부는 “1% 미만 극소수 고가, 다주택 보유자만 내는 세금”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그해 초 이 부총리가 물러나고 집값이 계속 뛰자 노무현 정부는 부과기준을 ‘6억 원 초과’로 낮추고 개인별이던 기준도 ‘세대 합산’으로 바꿨다. 집값 급등까지 겹쳐 종부세 대상자는 2006년 전국 주택보유 가구의 2.4%인 23만1000가구, 2007년엔 3.9%인 38만1000가구로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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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초 정부는 작년보다 평균 19.1% 오른 아파트·다세대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보도자료 첫 쪽에 “공시가격 9억 원 초과는 전국적으로 3.7%”라고 강조했지만 작년 30만9000채였던 종부세 부과 대상 공동주택은 올해 52만5000채로 70% 늘었다. 서울의 종부세 대상이 ‘공동주택의 16%인 41만3000채’라지만 고가주택 대부분은 아파트이고, 서울 아파트가 168만 채란 걸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 됐다는 뜻이다. 강남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넘어 강서·성북구 등에도 종부세 대상이 속출하고 있다. “종부세 내보는 게 소원”이란 농담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은 노무현 정부를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둘 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금리까지 낮은 상태에서 증세, 대출 억제 등 온갖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집값은 폭등했다. 두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틀을 모두 김수현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짠 것도 같다. 퇴임을 1년여 남기고서야 “부동산정책 말고는 꿀릴 게 없다”(노 대통령), “낙심이 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하다”(문 대통령)며 부동산 실정(失政)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것도 비슷하다.

임기 말 중산층으로 과세 대상이 급속히 확산한다는 점에서 종부세 문제도 14년 시차를 두고 두 정부가 같은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노 정부 5년 차인 2007년 22.7% 이후 가장 높았다. 노 정부 임기 말 종부세 폭탄에 대한 불만 여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기준을 9억 원으로 높여 대상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세율은 낮춘 뒤에야 잠잠해졌다. 두 정부의 ‘종부세 평행이론’이 마지막 장(章)까지 일치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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