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멈추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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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어제 기자회견에 나와 “자신들만의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힌다”며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했다. 이날 처음으로 직접 언론 앞에 선 이유에 대해서는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3주 앞두고 피해자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올 1월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후로도 여당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없는 가운데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선 “박 시장은 롤 모델”이라는 발언이 나왔고,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여성단체가 해임을 요구한 여성 검사는 오히려 영전했다. 특히 19일엔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실을 반박하는 책이 출간될 예정인데 ‘상상도 못할 충격적 반전’이라는 홍보 문구로 벌써부터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다. 피해자로서는 피해 사실을 뒤집으려는 책이 화제몰이를 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예고되자 친여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나서나” “선거판을 기웃대는 ○○” “정치적 공작 냄새가 난다” 등 도를 넘는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나꼼수’ 멤버 출신인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문제의 책 홍보물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예정된 정치 수순과 섬뜩한 저열함”이라고 비꼬았다.

피해자는 “회복을 위해 용서하고 싶다.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라도 박 전 시장 편에서 2차 가해에 가담하거나 방관했던 여권 인사들부터 진심 어린 사과와 추가 가해 방지 대책을 내놓아 피해자가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회복#용서#박원순#피해자#성폭력 피해자#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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