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대 국수본부장에 文정부 靑출신… 못 믿을 수사중립 의지

동아일보 입력 2021-02-24 00:00수정 2021-02-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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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그제 초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으로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을 단수 추천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권은 대폭 확대됐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다. 경찰의 수사 역량 및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대책으로 만든 조직이 국수본이다. 국수본부장은 3만 명이 넘는 전국의 수사경찰을 지휘하면서 수사를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개별 사건 수사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아 독립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직제상 국수본은 경찰청 소속이고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보다 한 계급 낮은 치안정감이다. 국수본부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이에 중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편으로 경찰법에서는 외부 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 경찰청은 외부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응모한 외부 인사들은 모두 탈락하고 경찰 내부 인사를 낙점한 것이다.

더욱이 남 청장은 1년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제청권자인 전해철 행안부 장관의 고교 후배이다. 경찰청은 “국수본부장은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뿐만 아니라 책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대 국수본부장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독립성 중립성에 의문을 살 만한 추천권 행사는 지양했어야 한다.

최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등으로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청와대 출신을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여권이 경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야당에선 “국가의 심판을 모두 자기편으로 채워 승부를 마음대로 조작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수록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은 취약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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