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와 감세 교묘히 뒤섞어 지지층 영합하려는 ‘보유세 정치’

동아일보 입력 2020-10-29 00:00수정 2020-10-2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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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산세 부담(완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조만간 당정회의 논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공시가격 9억 원(시가 약 13억 원) 이하 주택 재산세율을 최대 50%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전 국토교통부 용역을 받아 국토연구원이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통해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발표해놓고 이튿날 ‘재산세를 깎아주겠다’고 하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하지만 실은 두 정책엔 일관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비싼 집(공시가격 15억 원 이상)에 사는 사람들의 보유세는 5년 만에 2배 넘게 올리는 반면 중저가 주택(9억 원 미만)에 사는 이들에겐 10년에 걸쳐 천천히 공시가격을 올리고, 그것도 불만이 클까봐 아예 세율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서울의 가격 기준 중상위권 아파트에 살지만 소득이 없는 고령자·은퇴자들도 10년 후엔 매년 1000만 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 ‘나라에 월세 내고 내 집에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하며 월세, 전세를 거쳐 좋은 아파트 한 채 장만한 사람들이 세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은퇴와 동시에 집을 팔아야 할 처지다. 이미 지난 3년 새 서울 강남 3구의 재산세는 70% 넘게 오른 상태다. 상대적으로 싼 집을 보유한 사람들의 부담도 늘었지만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고 향후 인상 속도도 훨씬 느리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의 재산세 감면 방안은 중저가 주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의 방안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정치공학’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내년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차별적, 징벌적 세금을 물림으로써 증세에 대한 여타 주택 보유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전세난에 허덕이는 무주택 서민의 ‘쌤통 심리’를 충족하려는 것이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조세형평성,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나 세금 부담 증가가 초래할 소비 위축 우려 등을 무시하고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진 않을 것이다. 정치적인 유불리만 따져 추진하는 경제정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후유증을 남긴다. 차기 정부에까지 부담을 줄 편 가르기 보유세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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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공시가격#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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