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3법에 집단소송까지… 숨 막히는 기업규제 끝이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20-09-25 00:00수정 2020-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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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증권 분야에 국한됐던 ‘집단소송제도’를 피해자가 50인 이상인 모든 분야에 도입하기로 했다. 반(反)사회적인 위법행위를 한 기업에 실제 손해보다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개별 법률들에 산재돼 있는 것을 상법에 명문화해 모든 상거래에 적용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28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예방하며, 책임 있는 기업 활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안들의 취지를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처럼 다수의 피해가 생겼을 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한 번에 구제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의 고의적 법 위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소송 남발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고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미국 기업들이 집단소송과 관련해 부담하는 비용이 연간 2조 원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변호사들이 집단소송을 부추기고 기업을 압박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변호사들만 돈 벌게 하는 제도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더구나 이번 조치는 일명 ‘공정경제 3법’이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경제단체장들이 잇따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읍소하는 와중에 갑작스레 발표됐다. 정부 여당이 말로는 “기업 의견을 듣겠다”면서 오히려 코로나19로 어려운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야당마저 여당의 개정안에 호응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규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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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집단소송제는 이중 처벌과 소급 적용으로 위헌 소지마저 있다. 악의적 기획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들은 유죄 여부와 관계없이 소 제기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와 영업 활동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다중대표소송제에 이어 집단소송제까지 추진됨에 따라 기업들은 본연의 기업 활동보다 법적 대응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할 지경이다. 한국 여건에 맞지 않고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법안들의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
#집단소송제도#손해배상제#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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