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의 길, 박인비의 길[오늘과 내일/김종석]

김종석 스포츠부장 입력 2020-08-01 03:00수정 2020-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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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극복하는 끝없는 노력에 박수
독특한 스윙 여제처럼 개성도 중요
김종석 스포츠부장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 선수가 된 소년은 1년 후 모험을 시도한다. 오른손으로 던지고 오른쪽에서 타격하는 우투우타에서 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쪽에서 타격하는 우투좌타로 전향했다. “칠 때는 왼손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바꾸더라.” 그의 어머니가 전한 사연이다.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최지만(29)이다.

왼손타자는 타격 후 1루로 달려가는 거리가 1m가량 짧고 우투수의 공을 오래 볼 수 있어 오른손타자보다 유리하다. 왼손잡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 MLB에서 왼손타자는 40% 가까이 돼 왼손투수(28%)보다 그 비율이 높다. 미국프로농구(NBA) 왼손선수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왼손쿼터백은 모두 7% 정도다. 야구에선 왼손잡이가 장점이 더 많다는 방증이다. 야구 스타를 꿈꾼 어린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최지만이 빅 리그에서 살아남은 걸 보면 어릴 적 선택도 주효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는 또 다른 벽에 부딪쳤다. 왼손투수에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우투수에게는 타율 0.274(393타석), 17홈런, 57타점을 기록했지만 좌투수를 만나면 타율 0.210(94타석), 2홈런, 6타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플래툰 시스템(같은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번갈아 기용)에 묶여 좌투수가 나오는 날에는 더그아웃을 지키기 일쑤.


반쪽 선수 취급 속에서 최지만은 며칠 전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좌투수를 맞아 평소와 달리 오른쪽 타석에 들어서 홈런까지 날렸다. 빅 리그 5년 차인 최지만이 우타석에서 친 첫 홈런이다. 전날까지 빅 리그 통산 860타석을 모두 좌타자로 나섰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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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걸린 행운의 ‘한 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지만은 코로나19로 개막이 늦어지면서 스위치 타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천후 출격할 수 있도록 변신을 꾀한 것이다.

최지만은 18세 때인 2009년 시애틀 입단 후 볼티모어, LA 에인절스, 뉴욕 양키스, 밀워키를 거쳤다. 반복되는 유랑 생활에도 포기는 없었다.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는 건 나를 인정해준다는 의미”라는 긍정 마인드로 버텼다. “고단한 일상에도 꼭 성공해야 된다는 열정과 자기관리가 남달랐다. 늘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지만을 오래 지켜본 허구연 해설위원 얘기다.

박세리가 활약할 때 그 영향으로 골프에 매달린 10대들이 쏟아졌다. 저마다 체형이 다른데도 박세리를 빼닮은 붕어빵 스윙이 유행했다. 몇 년 전 방한한 타이거 우즈가 국내 주니어 골퍼 대상의 레슨 행사에서 “더는 가르칠 게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정형화된 어린 선수들의 스윙에 뭐라 해줄 말이 궁했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세리 키즈 가운데 박인비는 달랐다. 선천적으로 손목이 안 좋아 훈련을 많이 할 수 없는 형편. 그래서 코킹(손목 꺾음)을 하지 않는 독특한 스윙과 자신만의 리듬을 갖게 됐다. 특이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남다른 집중력과 정교한 퍼팅을 경쟁력으로 ‘골프 여제’가 됐다.

박지성은 작은 체격에 평발이라는 약점을 지녔지만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양발을 두루 쓰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런 그도 자서전에서 “강한 팀이 되려면 양발을 모두 쓰는 멀티 플레이어뿐 아니라 한 발을 월등히 잘 쓰는 스페셜리스트도 필요하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조금씩 할 줄 아는 선수를 강요하면서 확실한 ‘기술자’가 실종된 한국 축구의 답답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세상은 개성과 창의성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스위치 타자든, 스페셜리스트이든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일찍부터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유소년 레벨 지도자의 역량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남과 같아선 발전할 수 없는 게 비단 스포츠뿐은 아닐 것이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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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극복#최지만#박인비#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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