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갈등[횡설수설/박중현]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7-04 03:00수정 2020-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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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가 주 70∼80시간 일해도 알바 월급만큼 못 가져간다. 최저임금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상태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자는 노동계 요구에 반발해 그제 기자회견에 나선 편의점주들의 주장이다. 올해 오른 2.87%만큼 내년에 최저임금을 깎자는 주장과 함께 이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주휴(週休)수당’ 폐지다.

▷주휴수당은 평생 봉급생활자로 일해 온 중장년층에겐 생소해도 편의점, 카페 등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청년층에겐 익숙한 용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有給)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하루 3시간,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실제로 일하지 않은 하루치 ‘주휴시간’ 급여를 주도록 한 것이 주휴수당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때부터 있던 제도지만 현 정부 들어 새삼 논란이 커졌다. 2018년 최저임금이 16.4%나 가파르게 오르자 편의점, 음식점 주인과 중소기업 경영주들은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해 10월 대법원이 임금 계산 때 실제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은 빼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자 사업주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그해 말 정부는 주휴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키도록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쳐버렸다.


▷예를 들어 하루 4시간, 주 5일 20시간 일하고 주급 20만 원을 지급했을 경우 대법원 판결에 따른 시간당 임금은 1만 원이다. 하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20만 원 나누기 24시간(주휴시간 4시간 포함)’으로 시간당 임금 지급액이 8333원이 돼 올해 최저임금(8590원)을 어긴 게 된다.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게 된다. 대법원 판례대로 주휴시간을 빼고 계산하면 최저임금이 2019년에 이미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1만 원 선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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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 A 씨가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는 “중소 상공인의 부담 증가는 부인하기 어렵지만 시행령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 결정의 문제”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주휴수당을 아끼기 위해 장시간 일하던 직원을 해고하고 15시간 미만 ‘쪼개기 알바’만 쓰는 업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주휴수당은 돈 때문에 노동자가 휴일도 없이 일하는 걸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임금 수준이 낮고 노동 여건이 열악하던 시대의 잔재인 셈이다. 원조 격인 일본에선 1990년대에 폐지돼 그 제도를 베낀 한국, 대만 등에만 남아 있다. 주 5일 근무, 연봉제 확산으로 제도 도입의 취지는 퇴색했다. 이제는 근로기준법 자체를 손볼 때가 됐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최저임금#주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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