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사라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일자리들[광화문에서/유재동]

유재동 국제부 차장 입력 2020-06-17 03:00수정 2020-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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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국제부 차장
기업은 경기가 갑자기 나빠진다 해도 근로자를 바로 줄이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비용을 아끼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려는 노력을 먼저 할 뿐, 감원(減員)은 항상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는 게 보통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은 아무리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 해도 당장 새로운 직원을 뽑는 데 소극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이처럼 신중한 것은 사람을 새로 뽑아 교육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나중에 경영이 악화될 때 해고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노동경제학은 설명한다. 고용 지표가 대체로 경기에 후행(後行)하는 이유다.

신규 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경직성은 노동유연성이 높은 미국도 요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계 기업가로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로 뛰기도 했던 앤드루 양은 최근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이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이 얼마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나눴다는 대화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대량 해고에 앞장섰던 기업들이 정작 위기가 지나갔을 때는 재고용에 매우 인색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원을 적게 유지해도 실적 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걸 기업들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수천만 개가 증발했다. 언젠가 백신이 개발돼 경제활동이 원상태로 돌아오면 없어진 일자리도 모조리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미국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연구소는 얼마 전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사라진 일자리의 42%는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충격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 중 절반가량은 기존 일터로 영영 복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도 “노동시장이 처음엔 빠르게 회복할 수는 있지만, 결국 수백만 명은 실업 상태로 남겨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코로나가 가계·기업의 소비행태나 의사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초대형 ‘넛지(Nudge)’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근로자를 내보냈지만, 직원이 조금 줄어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특히 인력 감축 여부를 고민했던 기업들에는 코로나가 공장 자동화의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은 비대면 쇼핑과 온라인 문화생활에 익숙해졌고, 내수 기반이 튼튼한 국가는 외국과의 무역이 생각보다 필수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는 영구히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각국이 봉쇄 해제에 돌입하면서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 10,000 선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끝난다 해도 고용 등 실물경제 지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최소 몇 년 이상이 걸린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지구촌의 경제위기는 ‘끝의 시작’이 아니라 이제 ‘시작의 끝’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유재동 국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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