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7 플러스’ 참여, 美中신냉전 파고 넘어설 외교력 시험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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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확대정상회의 초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한미 정상 통화에서 “G7은 낡은 체제”라며 G7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는 “대통령 방미가 성사되면 일시적으로 참여하는 ‘옵서버’가 아닌, G11 또는 G12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과 문 대통령의 수락으로 한국의 ‘G7 플러스’ 정상회의 참여는 가시화된 듯하다. 물론 코로나 변수로 구체적 일정과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올해 G7 의장국인 미국의 초청을 받은 만큼 문 대통령은 옵서버 자격 이상의 지위로 참석하게 된다. 경제 규모 세계 10위인 한국이 응당 서야 할 자리에 당당히 오르는 것이다.

물론 이 클럽의 정식 멤버가 되려면 기존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참여에 일본의 견제가 우려되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축출된 러시아의 재참여에 유럽 국가들이 쉽게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용 ‘외교 쇼’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미국이 최근 공을 들이는 반(反)중국 연합체에 들러리 서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G7 플러스 참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발언권을 높이면서 조용한 방관자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변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내 방한도 추진하고 있다. 멈춰선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도 여기는 듯하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기대를 뒷받침할 외교 역량을 갖췄느냐에 있다. 작금의 미중 대결은 중국의 거침없는 도전에 맞서 기존 국제질서를 재편해 제압하려는 미국의 대응이 낳은 충돌이다. 우리에게 G7 플러스 참여와 시 주석 방한은 양손의 떡이자, 양손의 시한폭탄이다. 미숙하고 둔한 외교로는 자칫 미중 격돌 사이에 휩쓸려 오해와 불신만 사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리스크 없는 찬스는 없다. 면밀하고 유연한 대처로 위험을 줄이고 실익을 얻어가는 것이 바로 외교력이다. 그간 우리는 북한 문제에 발목 잡혀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 아래 숨어 있었다. 국제 협력과 평화, 인권 같은 원칙조차 입 밖에 내기를 머뭇거렸다. ‘조용한 외교’로 국제무대의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한국 외교는 진정 시험대 앞에 섰다.
#g7 플러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국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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