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춰 서로를 본다[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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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예스24 북클럽사업팀장
이진구 예스24 북클럽사업팀장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은 위대한 진리예요.”

―조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중

코로나19 사태는 조제 사라마구(1922∼2010)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공간은 알 수 없으나 전염병으로 눈이 멀게 되는 소설 속 끔찍한 현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고 다닐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름이 없다.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아내, 그를 차로 집에 데려다 주고 차를 훔친 남자, 안과 의사와 아내,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엄마 없는 사팔뜨기 소년, 그리고 검은 안대를 한 노인. 이 또한 번호로 불리며 거주지와 이동 경로로 설명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은 불편할 만큼 소름 끼치는 묘사로 현대사회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어둡고 비관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용소에 갇힌 인물들이 서로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주는 모습에서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콕’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따분해질 수 있다. 한 회사 동료는 혼술에 지쳐 랜선 회식으로라도 잔을 부딪치고 싶다 한다. 그렇다. 우리는 볼 수 있기에 고립되지 않는다. 책을 통해서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잠시 멈춰 선 채, 독서를 통한 건강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권하는 이유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기점으로 전자책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부쩍 늘었다. 책에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며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지혜가 녹아 있다. 독서를 통해 건강한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 보자.
 
이진구 예스24 북클럽사업팀장
#눈먼 자들의 도시#코로나19#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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