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작된 새로운 일상[오늘과 내일/이성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이번 황금연휴는 생활방역 시험대… 바뀐 일상, 조금 불편해도 가야 할 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이거 언제 끝나?”

요즘 만나는 사람 열에 아홉이 묻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묻는 것이다. 대답은 항상 같다. “안 끝납니다.” 반응도 비슷하다. 대부분 ‘나도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묻는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 달을 넘겼다. 강도는 완화됐지만 시한인 5월 5일까지 아직 열흘 넘게 남았다. ‘공식적인’ 기간만 그렇다. 2월 말부터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걸 감안하면 두 달이 넘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처럼 “못 살겠다”는 시위 한번 없는 걸 보면 한국인의 참을성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6일째 20명 이하에 머물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를 ‘방심을 부르는 고약한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아직 확인되지 않은 특성이 많아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이 아니라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바뀌는 이유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이후 자신과 가족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일상은 이미 시작됐다. 언제부턴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챙기는 게 자연스럽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마스크가 없으면 좌불안석이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와 비슷하다. 일종의 마스크증후군이다. 맛집 앞에 줄을 서면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 사람과 1m 정도 거리를 두는 것도 익숙하다. 4·15총선은 생활방역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체험현장이었다. 발열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느라 1, 2시간씩 기다려야 했지만 항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나온 걸 보면 이제 많은 사람이 달라진 일상에 꽤 익숙해진 셈이다.

30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다음 달 5일 어린이날까지 징검다리 휴일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첫 ‘황금연휴’다. 4·15총선보다 더 큰 생활방역의 시험대인 셈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연휴 기간 제주에 하루 2만∼3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1만3000∼1만6000명 정도로 줄었는데 약 2배 규모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4만5000명 수준이었다. 강원 동해안 지역의 유명 콘도와 리조트도 예약이 거의 찼다고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기대 반, 걱정 반일 것이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작게나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지만 자칫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방역정책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제주도는 연휴 기간 공항과 항만 방역을 대폭 강화한다. 강원도는 민간 업소 2100여 곳에 소독제를 지원한다. 소독용 알코올 솜 700만 개를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계획도 세웠다.

지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의 노력이 절실하다. 매표소마다 최소 1m 이상의 줄 간격을 유지하고, 휴게소나 식당의 테이블을 30% 정도 치우면 어떨까. 당장 그날 손님 회전은 줄겠지만 오히려 ‘감염병 프리’ 업소로 인식될 것이다. 마치 서비스처럼 발열 체크를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부는 24일 생활방역 세부 지침을 발표한다. 사무실과 대중교통 음식점 등에서 지켜야 할 거리 두기 기준이다. 아마 낯설고 어색한 내용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버스와 승용차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것처럼 익숙해질 것이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코로나19#사회적 거리 두기#연휴#생활방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