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의 힘[2030 세상/도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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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인도 영화 ‘세 얼간이’ 주인공 ‘란초’는 극 중에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역경에 부딪힐 때 “알이즈웰”이라고 외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나도 힘든 일이 닥칠 때면 입 밖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 즐거운 마음으로!”라고 몇 번 내뱉는다. 그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나에게 닥친 역경들이 짧은 봄처럼 지나갔다.

요즘 나에게 닥친 가장 큰 역경은 생후 50일이 갓 넘은 신생아 육아이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우는 통에 너무 괴롭고, 말이 통하질 않으니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어 너무나 답답하다. 그래도 나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인데, 아내는 모유 수유 때문에 3시간 이상 눈을 붙일 수가 없다. 정말 아내의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다.

아기가 우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기저귀 문제를 제외하면 아기는 대부분 배가 고파서 울었는데, 신기하게 ‘쪽쪽이’를 물면 한동안 울음을 그쳤다. 다만 쪽쪽이가 아기의 입에서 떨어지면 어김없이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약 3분 단위로 떨어진 쪽쪽이를 다시 아기의 입에 물려줘야 했다. 나는 이 문제를 발명을 통해 해결해 보기로 했다.

우선 쪽쪽이를 실 한 가닥에 매단 형태의 ‘시제품 1호’를 만들어 보았다. 아기가 쪽쪽이를 떨어뜨리는 것을 보기 위해 한동안 아기를 지켜보았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쪽쪽이가 아기의 입에서 떨어지면, 실 한 가닥에 매달린 쪽쪽이는 위치를 잡지 못해 빙글빙글 돌면서 아기의 코나 볼에 붙었고, 약이 오른 아기는 분노에 차서 더 큰 울음을 터뜨렸다.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시제품 2호’ 발명에 착수했다. 실 한 가닥으로는 쪽쪽이의 위치를 고정할 수 없으니 둥근 모양의 봉을 설치하고 그 봉에 세 가닥의 실을 이용해 ‘쪽쪽이’를 매달았다. 쪽쪽이가 입에서 떨어져도 공중에 위치를 잡고 있으니 아기가 다시 물 수 있었다. 속으로 성공이라며 쾌재를 불렀는데, 다음 날 아내는 쪽쪽이 세척을 위해 실을 다 끊어내면서 귀찮다고 욕을 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시제품 3호’는 원자재를 바꿔 철사가 튜브에 싸여 있는 ‘공예용 메탈릭 철사’를 이용해 만들어 보기로 했다. 새벽 배송이 되는 쇼핑 앱을 통해 주문했는데,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기는 쪽쪽이를 떨어뜨리지 않았고, 세척을 위한 분리가 쉽게 되었으며, 철사를 구부려 미세한 위치 조정까지 가능했다. 마침내 대성공이었다.

특허 출원이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는 사실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발명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아기의 울음이 너무 괴롭고 답답했는데 발명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만큼은 실험 결과처럼 느껴져서 아기가 울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나는 바로 이런 점이 ‘마음먹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육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역경이 그러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 또한 지나갈 일이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마음먹기#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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