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아랑곳 않는 ‘4+1’ 누더기 선거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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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가 주도한 선거법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이들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석패율제에 여당이 반발하면서 합의가 무산된 것이다. 여당은 선거법 합의가 어려워지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지만 군소야당은 “웃기는 소리 말라”고 받아쳤다. 극적인 돌파구가 없으면 선거법의 연내 처리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4+1’ 협의체에서 한 석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낯 뜨거운 이전투구를 벌이는 형국이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해주는 제도다. 영호남 지역 구도를 완화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취지는 퇴색하고 군소야당 중진들이 지역 선거에서 떨어질 경우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과거 석패율제에 대해 ‘거물 정치인을 위한 보험’이라고 비난했다가 이번엔 태도를 바꿨다.

올 4월 ‘4+1’ 협의체에서 석패율제에 동의했던 여당도 정치적 득실 계산에 따라 입장을 바꿨다. 1∼2% 차이로 박빙의 접전을 치러야 하는 수도권에서 정의당 후보가 석패율제를 노리고 완주할 경우 범여권표 분산으로 불리해진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주로 서울 등 수도권 여당 의원들이 석패율제에 강력 반발한 이유다. 선거가 임박하자 그럴듯한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눈앞의 한 표가 아쉬워진 것이다.

‘4+1’ 협의체는 공수처법 처리가 급한 여당과 선거법 협상에 사활을 건 군소야당의 정치적 뒷거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그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선거법은 이질적인 ‘지역구+정당명부 비례대표+연동형 비례대표’ 3종 세트가 뒤엉킨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이 법안대로 강행 처리될 경우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만 노린 ‘비례한국당’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비례전문 위성정당이 줄줄이 등장할 판이다. 다들 오로지 이해득실만 따질 뿐 국민과 민주주의는 안중에 없는 듯하다.

선거제도는 평범한 국민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난수표 같은 선거법을 만들면서 군소야당 대표가 “국민들은 산식(算式)을 알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정말 자기들만의 선거를 치를 생각인가.
#4+1 협의체#선거법 협상#석패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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