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양 원가 공개 확대, 공급 위축 역효과 없게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0시 00분


코멘트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항목을 크게 늘리는 국토교통부의 규칙 개정안을 지난주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부터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민영 아파트의 분양가 원가 공개 항목이 현행 택지비 등 12개에서 설계비 감리비 등을 포함한 62개 항목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공개를 확대하는 이유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다.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자세히 공개해 건설 원가에 적정 이윤만 붙여 가격을 정하라는 것이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낮게 매겨지면 주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집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지만 우리나라 소득 수준에 비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집값 안정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원가 공개 확대로 당장에는 분양가가 낮아져 집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볼 수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론 민간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주택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분양가 규제 경험에 비춰 보면 1977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된 이후 여러 차례 적용됐다 풀렸다를 반복했지만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민간 주택 공급의 위축을 불러와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면 다시 집값을 잡기 위해 원가연동제, 분양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해 온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은 하향세로 돌아섰고 지방은 오히려 장기 미분양을 걱정할 정도로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 원가 공개가 뒷북 정책이 될 우려도 적지 않다. 근시안적 대책이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을 불러와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역 시장 상황에 맞게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
#분양 원가 공개#공공택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