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日 7년 만의 해빙… 흔들리는 동북아, 도전받는 한국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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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리커창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 연쇄 회담을 갖고 중일(中日) 신(新)우호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특히 중일 양국은 태국 고속철도 사업 등 제3국 기초인프라 및 경제건설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이 시 주석이 제창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사실상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제협력을 앞세워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는 것은 한국 외교에 심대한 도전과 과제를 안겨주는 변화다.

일본 총리의 공식 방중은 2011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 개선을 촉진하는 제1의 동력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3분기 경제성장률이 6.5%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협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을 갖춘 일본의 ‘일대일로’ 동참은 중국의 경제영토 확대 전략에 추동력을 더할 것이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일본도 중국과의 제한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해 689억 달러의 적자가 난 대일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라며 일본에 전방위로 압력을 넣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미국을 향해 대일 압박을 약화시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외교 다변화로 트럼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본은 미일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매우 조심스러운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에 반대하는 미국을 의식해 공식적인 참여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일 양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관계 개선의 발을 떼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역사·영토 문제 등 본질적 갈등은 미해결 상태로 접어둔 채 투트랙(two-track) 외교를 펼치려는 것이다.

한국도 동북아 외교관계의 지각변동 국면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역사·영토 문제에서 일본에 적대적이던 중국이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한일관계에서 한국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 수 있다. 유동성이 커지는 동북아 구도 속에서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고한 한미관계를 토대로 중국 일본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외교관계를 펼쳐가는 것이다.
#중국#일본#아베 신조#시진핑#동북아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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