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어미 따라 다니듯 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서로 떨어지지 않고 함께 다닌다는 말이다. 이처럼 ‘소’와 ‘등급’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소 등급 판정제도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개방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구매기준을 주고, 생산자에게 품질 좋은 소를 생산하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농축산물 등급은 산지 및 도·소매시장의 생산 및 거래관습을 반영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생산효율도 높인다. 일반적으로 등급이 높은 농축산물은 프리미엄을 가져 높은 가격에, 낮은 등급의 농축산물은 할인되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등급체계가 쇠고기 시장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는 소비자 수요에 의해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국내산과 외국산 쇠고기의 상대가격 비율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쇠고기 수입량이 증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구입 기준에 과거와 다른 차이가 생겼고,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2017년 정부의 쇠고기 등급기준 관련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변화는 확인됐다. 소비자 다수는 마블링 기준을 하향하고 마블링 외 육량, 육색, 지방색, 탄력도를 강화하길 희망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변화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2015년 가을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3년이 지난 만큼 곧 새로운 등급 기준이 나온다고 한다.
새 기준에서는 마블링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던 육질등급 체계가 육색, 지방색, 탄력도 등 다른 항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뀐다. 마블링에 대한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사육기간은 2.2개월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육농가의 경영비를 약 7% 절감시켜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육량등급 기준을 성별, 축종별 총 6가지로 세분화하여 소 개체별 특성에 맞게 평가한다. 이는 한우에 대한 등급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등급 기준 개정은 몇 십 년 동안 지속해 오던 육종 기술 체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소 사육환경이 배합사료 위주로 돼 있어 생산자는 마블링이 곧 품질이라고 믿어 왔다.
문제는 쇠고기 시장에서 마블링 위주의 이전 등급체계로 유통되는 국산 쇠고기의 대체재로서 수입 쇠고기가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 변화만을 생각해 파격적인 변화를 이끌 수도 없는 일이다. 새 등급체계는 생산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마블링 기준만 완화시키고 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 등급체계를 소비자와 생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 쇠고기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급기준 보완과 더불어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영양성분이나 무항생제 등과 같은 건강과 안전성에 관한 정보도 제공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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