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기술(IT) 세계의 주요 언어는 영어다. 한국을 세계로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는 케이팝과 한류도 영어를 매개로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을 연결한다. 영어가 사람들을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137개의 평가대상 국가 중 한국은 26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국가 중 일본을 빼면 모두 영어공용국이거나 준영어공용국이라는 것이다. 2017 EF 영어능력지수를 보면 한국은 80개 국가 중 30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3계단 하락한 수준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영어 학습은 글로벌 및 지식정보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교육은 과연 그 목적에 맞게 운용하고 있을까.
현실은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어떠한 교육과정을 제시해도 결국 대입제도의 방향과 특성이 학교교육 현장과 학부모와 학습자의 사고를 지배한다. 그래서 아무리 교육목표로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강조해도 고교에서는 EBS 교재 중심의 문제풀이 기술을 가르치는 데 전력을 다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 도입으로 입시 변별력 약화, 영어 성적 하락, 계층 간 영어실력의 격차, 고교 영어 교육 현장의 취약화 등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교육을 가라앉히겠다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다른 과목에서 사교육이 더욱 강화되는 풍선효과도 나타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경제력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를 벌리기 쉽다. 개인의 역량과 수준에 맞는 학교 교육의 내실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 영어의 격차 또한 오히려 심화되기 쉽다. 학생들의 영어 활용능력 저하는 치열한 국제 경쟁 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가속화로 부존자원이 점점 취약해질 때 그래도 우리가 믿는 것은 우수한 인적 자원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교육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짓는 책임기관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의 본질과 목적을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갈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을까. 학교교육 현장과 미래 성장동력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입시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 과감히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더 이상 정치논리, 공론화에 의존해 교육의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 지향적으로 역량 중심의 교육을 실시해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교육, 특히 영어교육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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