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윤례]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아이들의 미래가 꺾이지 않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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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례 녹색어머니중앙회장
강윤례 녹색어머니중앙회장
저는 어머니입니다. 열 달 만에 낳은 아이가 열이 나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뛰놀다 무릎이라도 깨지면 눈물을 흘리는 보통 어머니입니다. 특히 매일 아침 학교 가는 아이를 볼 때는 불안합니다. 너무 위험한 한국의 통학길 탓입니다.

최근 3년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는 4만4143명입니다. 199명은 가족과 이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녹색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학교로 가 깃발을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은 훨씬 더 위험했습니다. 횡단보도 앞 정지선은 있으나 마나였고 제한속도(시속 30km)도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안전규정 강화와 단속 확대, 교통시설 보완 등 어느 것 하나 급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현실은 열악합니다. 전국 스쿨존 1만6456곳 중 과속단속용 무인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332곳(2.0%)에 불과합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부족해 스쿨존에 과속방지턱이나 안전울타리 같은 기본시설조차 없는 곳이 있습니다. 올 6월에는 인도와 차도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스쿨존에서 열한 살 아이가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선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합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중 교통안전 개선을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정했습니다. 그 결과 2000년 8000명에 육박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7년 절반 수준인 4620명까지 낮아졌습니다.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범부처 협의체를 강화하고 교통안전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합니다. 안전규정 개선과 단속 강화, 그리고 교통안전시설 확충입니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수입을 교통안전에 활용하면 됩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게 교통사고 희생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희생되지 않게 교통안전시설을 고치고 늘리는 데 힘을 실어주십시오. 자신들이 낸 범칙금과 과태료가 교통안전을 위해 온전히 사용된다면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도 도로 위 안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것입니다. 물론 교통사고 감소에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의식 개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의식이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교통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사회가 저 같은 어머니들을 위해 노력한다면 적어도 우리 어린이들의 찬란한 미래가 교통사고로 허무하게 꺾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강윤례 녹색어머니중앙회장
#교통사고#스쿨존#어린이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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