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남훈]농사지으며 전기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 추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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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현재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전 세계 신규 건설 발전설비의 60% 이상이 신재생에너지다. 이에 따라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누적) 비중은 2016년 약 32%에서 2040년에 약 50%, 발전량 또한 2040년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총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005년 약 1.8%에서 2016년 7.24%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가, 협동조합 등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소규모 지역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이탈리아 북부의 한 포도농장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됐다. 포도 재배의 가장 큰 관건은 강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인데, 이 농장은 태양광 설비로 그늘을 만들어 태양복사량을 감소시켜 포도의 당도를 조절한다. 태양광 패널로 좋은 와인을 생산할 유리한 재배환경을 만들고, 농장에 필요한 전기도 직접 생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전기도 생산한다’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사업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국토가 좁고 땅값이 비싼 우리나라에는 지형에 적합하고 주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태양광 사업모델이 필요하다. 농지를 활용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농업과 전력 생산·판매를 병행함으로써 농외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 이 밖에 벼 수확량 조절을 통한 쌀 수급 균형 달성도 가능하다. 또한 서산, 대호 간척지 등 염분 농도가 높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역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여의도 면적의 약 50배, 총 11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2016년 국내 신규 태양광 발전용량이 0.9GW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큰 규모이다.

한국형 태양광 사업모델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업진흥지역 내 지목 변경 없이 일정 기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복잡한 전력거래 절차의 개선, 설치비 융자·보조 등 농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아울러 시공업체, 유통업체 등이 과도한 중간이익을 취하지 않도록 시공비, 시공업체 정보, 가능한 입지조건 등 투명한 정보와 컨설팅도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 부지를 비롯해 활용 가능한 발전소 부지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민간 사업자와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가소득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기여하며 국민 참여를 늘리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 주민, 지자체, 정부 모두 의기투합하여 태양광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갈 때이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태양광 풍력#신재생에너지#화석연료 대체#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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