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창석]현장과 괴리된 환경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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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최근 서울 노원구에서는 대통령까지 참석한 제로에너지 건축 개관식이 열렸다. 자연에너지를 주로 사용하고, 열의 유출입을 크게 줄인 소재와 공법을 활용해 화석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건축물이라고 한다.

기후변화가 환경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서 참 반가운 소식이고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옥에 티라고나 할까. 해당 건물 주변을 보니 외래식물이 심어졌는가 하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이 조경용으로 다수 심어져 있다. 건축물에서 화석에너지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들 식물만 제대로 도입하였다면 그야말로 친환경적이고, 제로에너지 건축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에 에너지 봉사까지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주변에서 이뤄지는 여러 가지 환경관리 사업을 보면 이러한 엇박자를 종종 만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오염물질을 비롯해 환경 스트레스의 발생원과 그 흡수원인 자연이 발휘하는 생태계 서비스 사이의 기능적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발생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흡수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면 문제 해결에 더 빨리 다가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흡수원을 보강해 환경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생태계 복원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여 나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자국에 배당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의 상당량을 조림지가 발휘하는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으로 대체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세먼지 해결의 수단으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활용하는 계획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11월 독일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어 온 그간의 기후변화 해결책을 되돌아보며 발생원과 흡수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이든 환경의 건강이든, 시스템이 균형을 이루면 건강하고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엇박자를 바로잡아 선진화된 환경관리를 실현해야 한다.

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제로에너지#자연에너지#기후변화#환경 문제#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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