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 8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무장지대(DMZ) 시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여러분은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인 23일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관련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DMZ와 캠프 험프리스) 둘 다 방문하기는 어렵다”고 밝혀 DMZ를 방문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둔 것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일부 언론은 DMZ 깜짝 방문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설된 주한미군 평택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이번 국빈방문에서 우리는 손님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를 캠프 험프리스에 초청했다”고 한 말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을 반대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DMZ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DMZ는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이후 조지 부시를 빼고 모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한미동맹에 기초한 ‘대북 결의’를 과시하기 위해 들렀던 상징적인 장소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도 여기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방문했고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방문한다.
그렇다면 6·25전쟁 이후 최고 위기라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지 않는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DMZ 방문은 손님이 하겠다고 하면 주인도 예의상 막을 수 없는 사안이다. 백악관은 주인이 초청하지 않았다고 뒤로 빼기보다는 적극적인 방문 의지를 한국 정부에 밝혔으면 한다.
캠프 험프리스 방문도 의미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미군과 8군사령부 청사가 캠프 험프리스로 옮겨간 이후 방한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다. 거의 한국 비용으로 세워진 초현대식 기지를 한미 방위비 분담에 대해 오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미국의 군 통수권자가 DMZ에 서서 위기에 처한 동맹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상징적 의미는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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