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적폐 기관장’ 지목한 兩 노총, 마녀사냥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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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어제 ‘공공대개혁을 위한 적폐 공공기관장 사퇴 촉구’를 내건 기자회견에서 10명의 기관장 명단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국정 농단 세력에 의해 임명된 공공부문 적폐기관장들의 경영 농단과 그로 인한 폐해는 공공부문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들이 물러나야 할 이유를 밝혔다. 10명 중 8명의 공통점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정부에서 성과연봉제를 결사반대했던 양대 노총이 새 정부의 ‘적폐청산’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의 비위를 거스른 공공기관장 찍어내기에 나선 형국이다.

당장 해당 공공기관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은 “과거 정권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하며 과실을 향유해 오다 과거와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는 그들이 적폐”라며 노조를 비판했다. 실제로 공기업 사장이 새로 임명될 때마다 ‘낙하산 인사’라며 거부 투쟁을 벌여 기선을 제압한 뒤 슬그머니 타협해 주는 식으로 철밥통을 공고히 해 온 노조들이 적지 않다. 노조와 손잡고 방만 경영을 일삼아 온 공기업의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정부가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이 성과연봉제 도입인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양대 노총이 공공개혁에 앞장선 기관장들을 마녀사냥 하듯 지목한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친박(찬박근혜)이라는 이유로 능력도, 전문성도 부족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공기업 사장을 꿰찬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공공 대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노조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장을 몰아내려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에 일조했다고 자부하는 양대 노총이 공기업 인사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촛불청구서’를 들이미는 행태로 보인다.

장차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공공기관 인사가 이어질 것이다. 만일 양대 노총이 찍어낸 자리에 친문(친문재인) 대선 공신(功臣)이 들어선다면 문재인 정부는 또 다른 ‘낙하산 인사’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노조가 앞장서고 청와대가 뒤따라가는 식으로 공기업 사장을 물갈이하는 변칙은 곤란하다. 공공기관장 임기는 가급적 지켜주면서 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할 것이다. “능력과 전문성에 기초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인사를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빈말이 돼선 안 된다.
#한국노총#민주노총#적폐 공공기관장 사퇴 촉구#공공 대개혁#촛불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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