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취임 2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1주년 때와는 달리 대(對)국민 담화를 내지 않은 채 청와대 직원조례만 가졌다. 박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각오로 경제 혁신을 이뤄 내고 통일 기반을 마련해야 되는 막중한 과제가 부여되어 있다”면서 “사명감과 충정심을 갖고 반드시 이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직원들에게 한 당부이지만 박 대통령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대통령을 보좌하고 청와대 운영을 책임지는 비서실장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했으나 아직 후임을 인선하지 못해 비서실장 자리는 며칠째 공석 상태다.
새 비서실장의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은 후보들이 잇따라 사양을 하거나 박 대통령이 원하는 비서실장의 유형이 달라져 새로 후보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의 쇄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서실장 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다. 소통과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되고, 대통령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관리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비서실장 자리가 비어 있다고 해서 당장 청와대가 돌아가지 않거나 국정이 마비되지는 않겠지만 가장 불편할 사람은 박 대통령일 듯하다. 명색이 취임 3년 차를 시작하는 시점에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야 할 비서실장이 없다는 것은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정 전체를 움직이는 톱니바퀴 중 하나가 빠져 덜컹거린다는 인상을 준다.
당정청은 어제 첫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국정 현안들을 논의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는 새 비서실장 인선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서 신중하다 못해 더딘 편이다. 인재 풀(pool)이 협소한 ‘수첩 인사’와는 별개로 고위직의 상습적인 늑장 및 지연 인사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장기간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당선인 시절에 박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을 남겨 놓고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인선했다. 내각 구성보다도 늦었다. 박 대통령은 인사의 내용 못지않게 필요한 때를 놓치지 않는 적시(適時) 인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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